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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제보자 인터뷰] ⑩ '강제 종교 수업' 내부 고발자 홍서정 씨

입력 2015-12-31 17:49 수정 2015-12-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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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에 한 과정이었던 것 같고, 시작이었던 것 같아서.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홍서정 / 강제 종교 수업 내부 고발자

Q.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

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느꼈는데요, 2012년에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도입이 되면서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인권 관련 의제도 법의 테두리로 들어왔는데, 학교에서는 그걸 지키고 있지 않던 거죠. 그걸 보고 법에 위반되고 잘못됐구나,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어요.
그때 순진했다고 해야 하나, 저는 당연히 학교나 교육청에서, 제가 국가인권위에도 제보를 했는데요, 당연히 이게 새어나갈 일이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너무 그 시스템을 믿었던 거죠.

Q. 그때 문제제기 했던 내용은?

일단은 서울학생인권조례에서 두발, 복장 규제를 할 수 없다고 돼있는데 복장 같은 경우는 분명히 교복을 입도록 강제를 하고 있지만, 두발은 머리가 염색이나 파마 같은 것도 되게끔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나와 있어요. 그런데 염색이나 파마도 못하게 하고, 또 남학생의 경우는 귀 보이게 하고 눈썹 보이게 하고, 그런 게 아직도 있었고요. 그 다음에 우열반 문제가 있었어요. 아예 반을 방과 후 학교라든지 아니면 영어수업, 수학수업 이렇게 반을 나누는 게 아니라 아예 반을 1학년 배치고사 때 나눠서 남자반 하나, 여자반 하나를 영어 과제반이라고 해서 성적 높은 학생들을 반을 아예 따로 나눠놨던 거에요. (반 자체를?) 네. 교실 자체가 다르게.

그게 초중등 교육법 위반이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을 했고 또 강제로 보충수업도 시키기도 했고요. (0교시?) 0교시는 약간 애매하고요, 왜냐면 0교시 시간에 등교는 했지만 수업을 한 것은 아니라서, 8교시를 강제로 하게 했죠. (강제 보충 수업은 따로 돈을 내고 듣는 수업?) 네. (그건 희망자만 하는 게 아니라 전원이 하는 것?) 네 그렇죠. (들으셨고?) 네 그걸 안 듣겠다고 하면 담임 교사가 계속 들으라고 하고, 왜 안 듣냐고 하고. 거의 한반에 모든 학생이 다 듣게끔 했던 것 같아요.

Q . 종교 수업 문제는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생각했나?

일단 종교, 아무리 종교의 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라도 결국에는 종교보다는 법이 우선인 나라잖아요. 우리나라는. 그런데 미션스쿨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 학생들에게 동의 여부도 묻지 않고 월요일 아침마다 전교생이 다 참여하는 예배를 듣게 하고, 또 별도로 주 1회 종교 수업을 듣게 하고. 그 다음에 부흥회도 한학기가 끝날 때 원래 있다고 하더라고요. 부흥회도 하게 하고. 또 다른 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제가 다니던 반 같은 경우는 특수하게 지각을 하면 지각비를 걷어요. 그 지각비를 모아서 학급비를 하는데, 그 학급비의 일부를 헌금으로 냈다는 거에요. 동의 여부도 묻지 않고.

선택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죠. 왜냐면 인문계 고등학교 추첨 시스템이 1지망, 2지망, 3지망으로 해서, 추첨이 돼요. 그런데 1지망으로 쓰지도 않았는데 왔던 학생들이 있는 걸보면 그런 거죠.

Q. 익명 제보를 했는데 학교에서는 어떻게 찾은 건지?

지금도 어떤 통로로 알아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학교에서 독후감이나, 종교수업에 대한 의견 이런 것들을 적어낸 적도 있을 텐데 제가 거기에 조금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적은 것도 있을 거고. 그리고 평소에 불만 많은 친구들이 있잖아요, 학교에. 그래서 그런 애들을 학교에서 명단을 적어놨든 생각을 해놨든,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봤더니, 저희 엄마가, 제가 어머니한테 말씀을 드렸거든요. 엄마가 딱,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고 '우리 딸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 이후 힘들었던 점이?

처음에는 이제 학생들이 저를 많이 지지 해준 학생들이 있었어요. 터질게 터졌다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이런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런데 학교 측에서 저를 수업 하루에 한번, 이틀에 하루 정도는 수업시간 중에 종교 교사가 부르든, 아니면 상담교사가 부르든 '너 기독교 학교인데 네가 종교를 안 믿더라도 가만히 있어야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전학 갈 학교를 알아봐준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조금 지나서는 종교교사가 QT시간에 당시에 강남스타일이 유행을 할 때라, 저희 한겨레 신문에 학교 종교관련 기사가 나갔어요. 거기 삽화에 '명지 스타일'이라고 돼 있었는데, '이게 명지스타일?' 이러면서 우스꽝스럽게 나갔는데, 그걸 보고 종교 교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하는 것이 명지스타일입니다. 모교를 사랑합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점심시간에 방송부 학생들이 강남스타일 노래를 틀면서, '그렇게 학교가 싫으면 전학가세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런 일들이 좀 많았었죠.

Q. 자퇴를 결정한 것은 어떤 이유?

학교 자체에, 학교라는 곳 자체의 시스템에 대해서 불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어느 학교를 가도 조금 낫겠지만 그래도 이런 종교 문제가 근본이 아니라, 학생 인권을 억압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거잖아요.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학생이 얼마나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학생이 얼마나 약자인지. 이런 것들을 느끼게 돼서 학교라는 곳 자체를 떠나게 된 것 같아요.

Q. 후회하지는 않는지?

네. 당시에는 약간 후회를 했는데요, 지금 생각을 해보면 전혀 후회를 하지 않는 게, 그 때 처음으로 제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거를 이야기를 하고 행동으로 옮겼거든요. 그게 지금에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에 한 과정이었던 것 같고, 시작이었던 것 같아서.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Q. 본인 제보가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 같나?

학교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종교수업 강제 안한다고 하고 우열반도 없애고 그랬었는지, 이제 종교수업 다시 하는 거 같더라고요 이야기 들어보니까. 그래도 우열반이 없어져가지고.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다행인 것 같고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명지고등학교 제보함으로써 진짜 제가 원하는 것, 진짜 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이후로도 청소년 인권이나 다른 인권 관련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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