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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제보자 인터뷰] ① '도가니 내부 고발자' 전 인화학교 전응섭 교사

입력 2015-12-31 17:47 수정 2015-12-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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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누가 물에 빠져 구해달라고 하면 그냥 지나갈 수 없잖아요. 다른 사람도 똑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응섭 전 인화학교 교사/도가니 내부 고발자

"그 때 다시 생각해보면 마치 어제 일처럼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각인됐어요. 모름지기 특수학교라면 장애학생들을 교육하는 신성한 교육장인데 장애학생들을 지도하고 보호해야할 위치에 있는 교사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런 추악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건 충격적이거든요. 그 당시 피해 학생이 제게 말했을 때 그것을 그대로 흘려 넘기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었어요.

학교에 근무한 연도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아마도 그 때가 1997년도인가 그 때, 행정실을, 보조로 들어갔어요. 행정실에. 계속 근무하면서 인화학교 생활지도교사로 , 근무하다가 기숙사 내에서 생활하는, 그 당시 피해학생이 제게 말했어요. 밤마다 생활지도교사가 과자 준다고 불러내면서 그 안에서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제게 말했고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담당 간호사에게 알렸지만 간호사는 그 사실을 은폐했고, 더 나아가 학교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학생부장은 또 그 사실을 은폐했고, 그 과정에서 성추행했던 그 교사는 아무렇지 않게 계속 학교에 남아서 그 과정에서 저는 많은 괴로웠죠. 어떻게 학생들에게 바르게 교육해야할 학교 현장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단호하게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대로 은폐하고 잘못된 것을 시정하지 않는지 그런 현실 앞에 많은 절망과 분노감 느꼈거든요."

Q. 학교측 반응은?

저는 사실 알렸고 나중에 시간 지나서 그 때 직접 찾아가서 왜 조치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저한테 입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고, 전혀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니까, 저도 분노했죠.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 이 학교는, 국가로부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인기관이고 공공기관이고, 특히 장애인 학생들을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특수학교인데, 장애인을 보호해야할 신성한 교육현장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데 거기에 종사하는 교사들이 다 이런 식이면, 있을 수 없다. 안 된다. 이대로 둬선 안 된다 하는 그런 마음속에서 어떤 작은 변화가, 큰 용기가 솟구쳤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처자식들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고발했을 때 내가 받을 불이익 같은 것도 고려해야 하고 등등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요?) 왜냐하면 저도 장애인이고, 장애인이 그런 일을 겪는데 같은 장애인으로서 당연히 도와주고 해야죠. 제 개인의 입장을 고려해야할 사안이 아니거든요. 사회의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 그게 더 큰 훌륭한 비중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저 개인의 입장을 고려할 처지도 아니었고 모든 대한민국의 그런 있어서는 안 될 부분을 사회에 알림으로써 이 땅에 그와 같은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런데 저도 그 당시 상황 생각하면 저도 그런 용기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후로 겪게되는 직장에서 해고 등등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 등등 그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오히려 사회 공공이익에 먼저, 잘못된 부분,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잡아야한다는 그 사명감이 앞섰으니까 제 개인적인, 제가 가족들에 대한 그런 생각, 아마도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았고 오히려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 생각이 더 크게 와 닿았기 때문에 그런 용기가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고발 이후 답답하신 부분이나

미흡하죠. 아주 미흡해요. 그 당시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의 신념이랄까 관념에 대해서,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그대로 사회도 똑같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그런 사회인줄 알았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서 많은,.. 아 사회가 모순이 많구나. 이 사회가 헌법에서 문서로 적혀있는 그대로가 현실에 통용되지 않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내 조국 대한민국에 대해 많은 실망감을 갖고, 그래서 사회가 많이 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도 도가니 사건 하나만으로 확 변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와 같은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 점에서 많은 고민이 깊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저를 칭찬하기는커녕 왜 그 사실을 알렸느냐, 그 이유 때문에 징계한 거에요. 해임돼서 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를 신청했는데 그 때 지방노동위의 결과는 정말로 제게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어요. 결과는 학교 측의 해고는 적법하다는 판결 이전에, 지역사회 특히 광주하면 인권의 도시, 민주화 성지라고 부르잖아요, 그런 곳에서 어떻게, 부당에 대해서 바로잡을, 정의롭지 않게 그 당사자들 뜻에 도주해서 그렇게 그 과정을 보면 결과도 그렇지만 저에게 실망했던 부분이에요.

그 이사장이 광주 지역사회 장악하고 서로 인맥이 주마등처럼 얽혀 있는 상황에서 그 때 모든 관공서 주요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 하나, 이 광주가 5.18 시민들의 피로 민주화 성지가 됐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는 그런 모습 때문에, 정말 실망스러웠거든요. 그리고 중앙노동위에서, 오히려 중노위의 결정은, 광주가 아닌 서울중앙노동위의 결정은 오히려 제게 그래도 이 사회가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바르게 희망이 있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결정을 받았어요. 그 당시 중앙노동위 위원들이 학교 측 관계자에게 "오히려 학교 측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보고했으면 바로잡아야지, 그 부분에 대해서 보고했으니 잘했다고 칭찬해야지, 왜 해고했느냐"라고 막 야단쳤거든요. 그거 보고, 물론 당연하지만 이 사회가 그래도 사람 살만하다고 느꼈고 결국 진실과 정의가 승리하는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계속 저한테 그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끝까지 견딜 수 있는 용기를 준 거죠.

Q. 후회하신 적은 있으신지

후회는 없어요. 이 사회의 잘못된 정의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상황이면 또 할 거라고? 당연히 해야죠. 그 당시 문제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을 때 본인이 학교 건물에서 투신자살하면 이 사회가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마침 다행히 공지영 작가가 글로 써서 사람들이 관심 갖기 시작했지만 책으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그래서 영화로 하게 된 거에요. 결국 영화로 함으로써 대중이 보고 공분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서 그나마 흡족하지 않지만 이렇게 문제가 해결되게 됐습니다.

Q. 다른 사람보다 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저는 특별한 사람 아니죠. 누구나 우리처럼 같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상식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같아요. 당연히 그와 같은 일을 겪었다면 누구나 내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길을 가다가 누가 물에 빠져 구해달라고 하면 그냥 지나갈 수 없잖아요. 다른 사람도 똑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내가 그런 상황에서 피해학생으로부터 하소연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나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이 있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하소연을 받았으면…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뭐냐면, 그 당시 피해학생이 나에게 말했는데, 피해학생이 여자였거든요. 여학생이었거든요. 자기가 행정실장에게 당한 내용에 대해서 사실대로 얘기해요. 그 내용이 너무,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내용이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피해학생에게 말했어요. 나는 남자 선생인데 남자선생이 아닌 여자선생한테도 말할 수 있는데 왜 남자선생에게 말했느냐. 말했어요. 여자선생에게 말씀하라고. 그런데 그 학생이 말하길, 이미 여자선생에게 다 말했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여자선생이 다 무시했대요. 들어주지 않고. 그래서 이미 여자선생에게 다 말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나한테 말한 거냐. 그렇다고. 그래서 결국 내가 나설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부여된 거죠. 그 때 내가 아니었어도 그 피해학생이 여자선생에게 말했으면, 여자선생이 나섰어야 됐어요. 그런데 나서지 않는 거죠. 그런 걸 보고 내가 분노감 느꼈고. 그들이 나서지 않아서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심이 생겼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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