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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제보자 인터뷰] ⑥ 군 부재자투표 비리 내부 고발자 이지문 센터장

입력 2015-12-31 17:48 수정 2015-12-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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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표가 여당 표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을 했습니다."
이지문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장 / 군 부재자투표 비리 내부 고발자

1992년 3월 24일에 국회의원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부재자 투표라는 것을 하기 때문에 부재자 투표는 3주 전부터 차례대로, 오는 순서대로 투표하는데, 2월 말부터 대대장 이런 분들이 장교 하사관들을 모아놓고 1번, 여당을 찍게끔, 정신교육을 시킨다던지 교육을 하고, 각 중대장이나 중대 선임 상사가 정신교육을 하거나 투표할 때, 불러놓고 보는 자리에서 여당을 찍게끔 하는 행위가 부대 안에서 발생을 했었죠.

한 2~3주 그 과정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같은 동료, 소대원이나 소대장에게 이게 군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우리가 비록 의무로 온 장교이지만 뜻을 모아서 상급 기관에다가 이야기를 하자고 했더니, 군에 있는 동안에만 찍어주면 되는 거지,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그런 의견도 있고 저 역시 개인적인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니까, 갈등도 있었고. 다른 것보다 제가 모시고 있는 중대장이 저로 인해서 고발이 있게 되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인간적인 갈등 때문에 많이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런 부분들이 공공연한 비밀이었거든요, 군인 표가 여당 표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을 하고 가서 공개를 하게 된 거죠.

Q. 제보 이후의 상황은?

기자회견을 이제 하는 자리에 벌써 언론사에다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돌릴 거 아닙니까. 그 전화내용이 어떻게 알려졌는데, 그 자리에 벌써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이 와있었죠. 원래 기자회견도 못하고 연행해가려고 했는데, 공선협 사무총장이 벌써 언론이 다 와있는데, 무리하게 연행해가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은 것 아니냐, 기자회견문에도 복귀한다고 했으니까 기자회견을 마치고 연행해가면 어떻겠냐 해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자마자 연행되서 수방사 헌병단에 연행됐다가 사단 헌병단에 이첩이 돼서 3주 구속돼있다가 기소 유예로 석방되고 바로 이등병으로 파면돼서 사회에 나오게 됐죠.

파면이 된 이후에는 제가 재판을 해서 3년 만에 중위 신분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에 제가 사건이 있고나서 국방부에서 500명에게 설문을 했어요. 이지문 중위가 이렇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이냐. 그랬더니 500명이 다 이지문 중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린 다 공정하게 투표를 했다고 답을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재판 과정에서 그 사이에 전역했던 장교 한 명과 사병 두 명을 찾아가서 부탁을 한 거죠. 진실을 말해 달라. 그래서 그 세 사람이 재판에 나와서, 군에 있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이지문 중위가 말한 게 맞다. 재판정에서 이야기해줬고 사실로 인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 파면이 취소 될 수 있었던 거죠.

Q. 제보로 인한 변화는 어떤 게 있나?

어.. 제가 이제 기자회견을 할 때도, 기자회견문에도 이런 선거 부정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선거 부정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바꾸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참관을 하면 좋겠다는 것을 제안했는데, 다행스럽게 그해 대통령 선거 때부터 군인들이 영외투표, 면사무소, 체육관, 학교에 가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참관 하에 투표를 했기 때문에 그런 공개 선거라든지 부정선거를 차단하게 됐죠.

Q. 당시 제보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점?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바로 회사 복직도 안 되고 공무원 응시도 안 되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동기들은 다 제대해서 기업체에 복직하고 이런 모습을 볼 때, 내 이러다가 사회 낙오자가 되는 것 아닌가 이런 걱정도 있었고. 지난 20 몇 년 동안 살면서 단 한 번도 후회를 안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부분들, 제가 한 활동들 이런 부분들이 제가 정상적으로 제대해서 기업체에 복직했을 때, 조금 안정적인 삶보다는 괴리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 씩 있지만, 어쨌든 선언 이후에 법이 바뀌어서 영외투표가 돼서 우리 군인들이 부정투표에서 자유로워진 부분이 크고, 저 역시도 사회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제가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하고, 중간에 또 서울시의원도 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든지 훨씬 더 삶이 풍부해진 부분에 있어서는 돌아보면 삶이 더 좋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죠.

Q. 공익신고자 보호제도의 한계? 보완점?

저는 우리의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하는 게 신분 보장에 중점을 둘게 아니라 그만두고 나가더라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훨씬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사립학교 교사가 사학재단 비리를 고발했다. 그러면 사학에서 계속 근무를 하는 게 힘든 거죠. 그러면 공립학교에서 특채를 시켜주면 되는 것이고. 만약 민간 기업에서 운전했던 사람이라면 공공기관에서 운전하는 걸로 특채시키던지. 이런 식으로 제2의 삶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한 거지. 단지 거기서 남아서 일해라 그것은 너무 편한 소리라는 거죠.

그러니까. 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적 부분이죠.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조직에서 외부 고발자가 나오면 불편해하고 하는 게 마찬가지인데, 작년에 미생 드라마에서도 잠깐 내부 고발자가 다뤄진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내부 고발하는 부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굳이 그렇게 해가지고 동료들을 쫓아낼 필요가 있었느냐, 너희는 깨끗하냐, 이런 식으로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그려졌는데, 마찬가지라는 거죠. 우리 사회가 잘못된 게 있어도 좋은 게 좋은 거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연, 학연 같은 인간관계가 있는데 그런 것을 깨고 고발 했을 때, 그 테두리, 써클 안에서 버텨내기가 힘든 거죠. 그래서 우리의 문화, 그런 것들이 바뀔 필요가, 내부 고발이 고자질, 밀고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 정말 세월호 같은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그런 걸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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