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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봄 가뭄에…20년만에 바닥 드러낸 '수몰 마을'

입력 2017-04-0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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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5일)부터 봄비가 좀 내리기는 했지만 봄철 가뭄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농민들이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마을 입구에 놓인 도로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부서져 있습니다. 뽑혀나온 철근은 녹슨채 방치 돼있고, 집터가 있던 곳은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어주던 다리도 이렇게 끊긴 채 놓여있습니다. 평소대로라면 제 키 높이 만큼 물이 차있어야 되는 곳인데요. 워낙 가뭄이 심하다보니 20년 전 수몰 지역의 모습이 그대로 다시 드러났습니다.

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겼던 마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건 지난해 가을부터였습니다.

충남 서해안 일대 8개 시군 주민 43만여 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은 물이 부족해지면서 지난달 25일부터 경계단계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보령댐 저수율은 13.2%. 지난 1998년 준공된 이후 20년 만에 역대 최저치로 평년 저수율 40%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저는 지금 충남 보령댐 위에 서있습니다. 제 뒤로 보시면 노란색 수위표가 보이는데요. 평소대로라면 벽의 절반 정도가 물로 차있어야 하는데, 모두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아래쪽을 보시면 공사 시에 임시로 만들어놓은 물막이보도 이렇게 모두 말라버린채 바닥을 드러낸 상황입니다.

20km가량 떨어진 금강 유역에서 물을 끌어오는 긴급처방이 동원됐습니다.

하지만 하루 최대 공급량은 11만t가량으로 하루 사용량 22만t의 절반 수준입니다.

모처럼 단비가 내렸지만, 웬만한 강수량으로는 가뭄을 해갈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장홍배/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 차장 : 이 양은 하루 사용량 반밖에 안 됩니다. 보령댐 저수지가 정상이 되려면 약 300㎜ 정도의 비가 더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영농철을 앞둔 농업용 저수지도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양수기 6대를 동원해 3개월째 7km 거리에 떨어진 하천에서 24시간 내내 물을 끌어오고 있지만,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1982년 저수지가 생긴 이후로 물을 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기택/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 : 현재 저수율은 43%로 (평년의) 약 절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약 3m 정도 더 채워져야 만수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35년만에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벽에는 평소 수위를 나타내는 만수선이 검게 드러났습니다.

농업용수를 빨아올리던 대형 펌프 밑에 쌓인 나뭇잎은 바짝 말라버렸습니다.

가뭄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건 농작물입니다.

[거의 뭐 이런 정도면 30~40개 정도 알이 들어가 있죠.]

블루베리 나무 곳곳마다 갈색날개 매미충이 낳은 흰색 알이 붙어있습니다.

[최용석/충청남도 농업기술원 작물보호팀장 : 가뭄으로 비가 자주 안 오니까 (해충) 부화율이 상당히 높아지는… 거의 80~90% 살아서 피해 농가나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가 있는 거죠.]

최근 3년간 충남 서해안 지역을 태풍이 비껴간 데다, 같은 충남 지역에서도 해안가에 내륙보다 적은 비가 내려 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상 최악의 봄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와 관계기관이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 등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없다면 매년 봄철 애타는 농민들의 근심만 커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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