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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큰불 난 구룡마을, 더 번지는 '갈등'

입력 2017-04-03 21:50 수정 2017-04-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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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의 마지막 남은 판자촌인 구룡마을에서 얼마전 큰 불로, 수십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요. 그런데 구청에서 제공하는 이재민 대피소나 구호물품을 주민들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환하게 불 켜진 주민센터 주변에 임시 구호소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얼마 전 화재로 집을 잃은 구룡마을 주민들을 위해 강남구가 제공한 이재민 구호소입니다.

강남구청이 지정한 이재민 임시 구호소입니다. 바닥을 보시면 냉기를 막기 위해서 이렇게 두터운 스티로폼과 은박 돗자리가 깔려있고요. 안쪽을 들어와서 보시면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각종 취사용품이 담긴 긴급 구호세트와 이쪽에는 각종 일회용품이 담긴 구호물품도 마련돼 있고요.

스티로폼 상자 안에는 갓 지어진 따뜻한 쌀밥도 이렇게 준비가 돼 있습니다. 지금 시각이 오후 10시 반을 훌쩍 넘긴 시간인데 이곳 임시 구호소를 찾는 이재민은 아직까지 아무도 없습니다.

구룡마을 이재민들이 임시 구호소 이용을 거부하면서 장소를 제공한 구청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강남구청 복지정책과 관계자 : 주민들께 안전한 대피소로 이동하시라고 안내를 계속 드렸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동을 안 하셔서 저희가 사실 곤란한 상태입니다.]

갈 곳 없는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곳은 마을의 작은 교회입니다.

구룡마을 이재민 임시 대피소입니다. 주민들이 교회 예배당에 임시로 마련한 곳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얇은 나무 문 하나가 바람막기 역할을 할 뿐입니다.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40여명의 이재민들은 언제가 될지 모를 복구작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교단체에서 지원한 라면과 식수로 끼니를 해결하고, 이웃들이 건네준 이불로 잠을 이루고 있습니다.

구룡마을은 강남 개발이 한창이던 1980년대 후반부터 모여든 영세민들이 짓기 시작한 거대한 판자촌으로 면적 26만6000㎡, 축구장 37개가 넘는 크기입니다.

지난해 12월 구룡마을 재개발 방식이 확정되면서 구룡마을에는 2020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지금으로선 임대주택 입주가 유일한 방법인데, 구체적인 보상금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세민들에겐 비용부담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구룡마을 주민 : 아무 수입도 없어. 딱 20만원 기초연금 갖고 사는데 임대료가 제일 걱정이야. 또 관리비 들어가면 올라가잖아.]

개발방식을 놓고 민영개발을 요구하는 일부 주민들과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강남구 사이 갈등은 행정소송으로 이어졌고,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은 지난 2월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노후된 판잣집이어서 화재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입니다.

소방당국이 화재취약지구로 관리하고 있지만, 최근 8년간 10번 넘게 불이 났습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와 보면요. 집과 집 사이 폭이 불과 1m도 안 될 정도로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외벽을 보시면 이렇게 보온용 단열재나 비닐 천막 같은 가연성 물질이 가득하고요. 위쪽을 보시면 전선이 엉켜 있어서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는 임대주택 보증금 면제 등도 검토되고 있지만, 보상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줄다리기는 좀처럼 끝날 줄 모릅니다.

"재개발 파도에 떠밀리지 않으려는 주민들과 강남구 사이에 깊어진 갈등의 골 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지금 이 시각에도 각종 화재위험으로 부터 위협받고 있는 1천명 넘는 주민들의 주거 안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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