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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땅 파보니 '옛 쓰레기 폭탄'…토양 오염 우려

입력 2017-04-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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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사장 땅을 팠더니 묻혀있던 오래된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30년 된 생활쓰레기도 넘쳐났는데 토양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 다양한 색깔의 물체들이 눈에 띕니다. 가까이서 보니 모두 쓰레기입니다.

과자 봉지에 찍힌 가격은 50원으로, 지금의 20분의 1 수준입니다.

라면은 90원, 20년 전 매각된 제과회사 제품도 있습니다.

1989년 가동을 중단한 제련소 주변으로 오염된 토양을 깨끗한 흙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몇 년 전부터 진행됐는데, 과거에 매립된 쓰레기들이 최근 대량으로 노출된 겁니다.

땅을 파낸 곳에 빗물이 차면서 생긴 물웅덩이는 흙과 쓰레기들로 오염됐습니다.

땅의 옆면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묻혀있었던 쓰레기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데요. 거기다 이곳은 고인 물까지 있기 때문에 물과 쓰레기가 섞인 악취까지 나고 있습니다.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한 번 보면요. 이렇게 야구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필통 제품도 있고요. 그리고 또 이쪽으로는 누군가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밑에는 민주정의당 총재 노태우라는 글자가 적혀있는데, 당원증 같은 쓰레기들이 버려진 상태입니다.

페트병부터 운동화, 주사기까지 버려진 쓰레기도 다양합니다.

물속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해졌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쓰레기는 이렇게 스티로폼과 비닐봉지들입니다. 아무래도 쓰레기가 분해되는데,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정확히 몇 년도에 쓰레기들이 묻혔는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원 쓰레기봉투가 있는데요. 88년도 서울 올림픽 공식 조미료. 우리나라 올림픽이 개최가 결정된 연도가 1981년도입니다. 최소한 그 이후에 생산된 것으로 봐야 하겠고요. 아래쪽에는 제조 연월이 있지만 날짜가 지워져서 정확히 언제 생산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쓰레기가 발견된 인근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청소년수련관, 백사장과 산림욕장 등 관광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도로를 맞대고 살아가는 주민들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혹시나 주변 토양까지 오염돼 텃밭과 논으로 번지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주민 : 막 흙을 파는데 보니까 비닐도 나오고 그러더래. 그러니 흙이 썩었지. 깨끗이 써야 흙도 사는 건데…물고기도 바다가 깨끗해야 살잖아요.]

문제는 쓰레기가 얼마나 더 묻혀있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화 공사를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현재까지 처리한 쓰레기는 1700톤에 달합니다.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던 시절 땅속에 묻어 버린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매장량과 매장 지역도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 : 제대로 (측정) 하려면 굴착을 해봐야 하는 것 같고요. (마을 주민은) 5500t보다는 적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문제는 쓰레기가 묻힌 장소 뿐 아니라 주변으로 오염이 확산됐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공단 측은 이번에 발견된 쓰레기에 따른 중금속 오염의 흔적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지하수 검사를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일대에서 진행 중인 토양 정화사업은 원래 올 연말쯤이면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임소재마저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려던 시도도 당분간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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