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갈라지고 깨지고…위험천만 '노후 아파트'

입력 2017-04-05 22:4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오고 외벽 일부가 수시로 허물어지는 건물, 마치 재난 현장처럼 보이는 이곳은 주민 수백 명이 살고 있는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렇게 제때 수리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노후 아파트가 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초록색 외관이 눈에 띄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외벽엔 건물이 노후돼 시설물이나 물건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습니다.

준공연도가 1937년으로 기록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입니다. 여전히 40여 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주민 : 다들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헐리면 다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사람들인데 무엇을 환영하겠어요.]

이른바 아파트 고령화는 도심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1974년에 건축한 서울의 또 다른 아파트입니다.

[박기호/주민 : 비둘기 집이야, 비둘기 집.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비둘기 집.]

콘크리트 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져 임시로 안전펜스를 쳐놓은 게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이 아파트는 노후되고 균열이 발생해 지난 2001년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지정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건물 외벽 곳곳이 금이 쩍쩍 갈라졌습니다. 낙석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데 건물 벽체 일부분이 아예 무너져 내렸습니다.

재건축 사업만 바라보다 리모델링 시기를 놓쳤고 사업도 여러 번 무산돼 고스란히 빚만 쌓였습니다.

그사이 주거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건물은 병들어 버렸습니다.

아파트 한쪽엔 가구며 변기 뚜껑이며 각종 잡동사니가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바로 베란다 쪽인데 창문이 떨어져 나갔고 유리창도 온통 깨졌습니다. 옆집은 건물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 보시면 마치 폐가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노후된 건 겉모습뿐만이 아닙니다. 수도를 틀자 황갈색 녹물이 흘러나옵니다.

[지미자/주민 : 이렇게 녹물이 나와요. 목욕, 샤워할 때는 계속 5~10분 틀어놓고 해요. 겁은 항상 나요. 가스도 터질까 무섭고 오래돼서…]

부식된 문틈과 창틀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 방 안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합니다.

[이채진/주민 : 바람이 많이 불어서 비닐 쳤는데 그래도 바람이 너무 차서 텐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사정이 이런데도 260여 세대가 경제적인 이유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도로 곳곳에는 오래돼 쓸 수 없는 가구가 이렇게 쌓여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걸 이곳에 놔뒀을까, 비교적 가벼운 가구 하나를 들어보겠습니다. 열어봤더니 썩은 물이 고여있습니다. 하수구 뚜껑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덮어놓은 겁니다.

그나마 이 아파트는 최근 기업형 임대주택 우선 대상자로 선정돼 재개발에 물꼬를 튼 상태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심각한 결함으로 즉각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최하위 등급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일부 가구에서는 천장이 내려앉아 수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순자/주민 : 판자를 사서 덮었다니까 목수 불러다가. 비도 안 왔는데 저러니 비 오면 어떡할 거냐고…]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아파트 가운데 10%인 16만 3000여 가구가 건축 연한 30년이 지났습니다.

이런 노후 아파트가 8년 후인 2025년에는 58만여 가구로 급증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노후 아파트를 내버려 두면 도시가 슬럼화되고, 결국 도시 경제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건축이 정답이 되기 어려운 시대를 맞아 곧 쏟아지게 될 노후 아파트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땅 파보니 '옛 쓰레기 폭탄'…토양 오염 우려 [밀착카메라] 큰불 난 구룡마을, 더 번지는 '갈등' [밀착카메라] 화재 그 후…갈피 못 잡는 소래포구 복구 [밀착카메라] 불편은 시민 몫…문 닫은 한강 매점, 왜? [밀착카메라] 세금만 줄줄…'관광객 없는' 관광특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