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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기준금리 내렸는데, 내 대출이자는 그대로?

입력 2014-10-23 22:32 수정 2014-10-2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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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2%로 낮췄습니다. 그러면 내 대출금 이자도 좀 줄겠구나, 이런 기대하셨을 텐데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별로 내리지 않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올라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신 분들도 계시지요. 기준금리와 따로 노는 시중은행 대출금리, 오늘(23일) 팩트체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한국은행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사상 최저가 됐죠. 그럼 은행 창구에서는 변화가 없는가, 직접 봤습니까?

[기자]

변화가 있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있었느냐? 예금금리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7월만 해도 예금금리가 2.3%였는데 아주 발 빠르게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더니 지금 2.1%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면 대출금리는 어땠느냐. 3.55%였던 게 미세변동은 있었어도, 같은 수준인 3.52%에 머물러 있는 모습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건 국민은행의 경우인데요, 다른 은행들도 확인해보니 시중은행 대부분이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대출금 때문에 허덕이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대개 금리가 내려간다고 하면 거기에 기대를 걸곤 하시는데, 그래프를 보시면 화가 나실 것 같습니다.

원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내리면 둘 다 내려가는 게 정상이잖아요. 왜 이렇게 된 겁니까?

[기자]

그게 은행이 받는 '가산금리'라는 것 때문입니다.

은행이 돈 빌려줄 때 사람마다 이자율을 다르게 결정하지 않습니까? 시장금리에 따라 최소 이 정도는 기본으로 받겠다 하는 게 은행 기준금리고요, 각각의 신용도나 담보 여부에 따라 은행이 알아서 추가로 정하는 게 가산금리입니다. 이 둘을 합쳐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거죠.

그런데 지난달하고 이번 달 시중은행 대출금리를 보면요, 은행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낮춘 영향으로 좀 줄었는데, 가산금리는 오히려 늘어난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전체 대출금리가 3.49%에서 3.52%로 올랐습니다. 조사해보니까 시중은행 17곳 중에 13곳이 이런 식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올렸거나, 예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어찌 보면 숨겨진 금리나 마찬가지네요, 은행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전체 금리를 내려도 은행에서 가산금리를 올리면 그만인 거죠? 은행들은 뭐라고 합니까?

[기자]

제가 직접 은행에 가 대출상담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그 장면 직접 보고 가시죠.

[은행 창구 직원 : 5년 고정으로 아무 조건 없이 3.51 나오거든요. 고객님은 연봉이나 주택 가격 때문에 대출이 제한이 돼 있어요. 한도는 나오시긴 하는데…(기준금리 두 번 내려서 더 떨어질 줄 알았는데) 기준금리하고요, 담보대출은 코픽스에요. 그래서 달라요. 6개월이나 12개월…(한 달 지나서 오면 더 낮아질까요?) 비슷하거나 조금 낮아질 수는 있는데 높아지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기준금리 낮아진 게 시중에 반영되려면 시차가 좀 필요하다는 건데요.

은행 쪽의 공식적인 해명은 1달 반에서 2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요 몇 년 동안 고객들을 위해 가산금리를 너무 낮춰줬기 때문에 지금은 가산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이런 설명이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금리를 낮춘 게 이번뿐만이 아니라 8월에도 낮췄기 때문에, 그때 낮춘 게 2~3달 지난 뒤 반영이 된 거냐고 친다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고요. 또 가산금리를 낮췄었다는 것도 확인해봐야 하는 문제 아닌가요?

[기자]

확인해 보니 은행 측 이야기대로 최근 몇 년간 가산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0년 2%를 넘었던 가산금리가 2011년부터 낮아졌다가 최근에 조금 올랐는데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낮을 때가 비정상이 아니라, 이렇게 2%까지 높았을 때가 비정상이었다는 지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이 나빠진 사람도 많았고요, 은행들이 그동안 손해 본 것 보충하려고 가산금리를 높게 잡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오히려 낮아져 있을 때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돼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지금 가산금리를 더 올리고 있는 은행들. 그 이유가 뭔지,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듣고 가시죠.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현재와 같이 저금리 기조, 또한 금리가 하향하는 추세에서는 금융기관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금융사들은 자신들의 수익목표를 채우기 위해서 가산금리를 탄력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연간의 이익목표를 채우려는, 그런 목적으로 가산금리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수익 목표치를 정해놨으니 가산금리로 이를 맞춘다는 얘기잖아요.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결국 은행은 손해 볼 것이 없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 결과가 반영된 것인지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3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7000억 원보다 37%나 늘었습니다.

총 벌어들이는 돈의 90% 가까이가 이자수익인데요, 연초마다 나오는 금융사 회장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결같이 "예대마진에 의존하지 않고 선진금융기법을 키우겠다"고들 합니다.

우리 은행들, 선진금융까진 바라지도 않으니까 점점 허리 휘어가는 고객들 먼저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예대마진,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사이에서 마진 남겨서 장사하지 않겠다는 얘기인데, 보면 장사했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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