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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불안한 엄마들…'어린이집 학대' 판별법 Q&A

입력 2015-01-19 22:23 수정 2015-01-2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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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어린이집 때문에 정말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부모님들 가운데는 이런 생각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학대이고, 아니냐…조금 애매한 부분들도 있어서 부모 입장에선 더 답답한 경우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오늘(19일)은 여러 가지 의문점들도 풀고, 또 국공립은 좀 낫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얘기인지, 팩트체크에서 다룰 것이 한두 가지가 넘는 것 같습니다.

김필규 기자! 학대다, 아니다. 어떻게 판단합니까?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서 일단 질문이 많이 나왔던 것을 보실 텐데요.

"연필로 네 살 아이 손바닥 때린 것이 학대인가요?" 이런 식의 질문들 참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경우,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학대가 맞습니다.

정부 규정에 따르면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체벌은 어떠한 정황에서도 학대'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네살 아이, 36개월 미만이라면 연필이건 종이 뭉치건 무엇으로 때려도 학대가 되는 거고요, 이는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의 이하의 벌금'도 물릴 수 있는 행위입니다.

이뿐 아니라 아이를 떠밀거나 팔을 심하게 움켜쥐는 것, 또 붙잡고 격하게 흔드는 것, 모두 신체학대에 해당합니다.

자, 그러면 말 안 듣는 아이를 불이 꺼진 화장실에 잠시 혼자 두는 것, 이거는 어떨까요?

[앵커]

어떤 체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공포감을 주는 거잖아요. 더군다나 불을 껐다면. 불을 켜고 잠깐 격리하는 것도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완전히 학대에 속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보통은 이런 방식을 훈육방식 중 하나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말씀하신 대로 이 부분도 학대 맞습니다.

신체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학계에서는 저런 걸 '정서학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부가 정서학대라고 규정한 사례들을 보면, 아이가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물을 못 마시게 하거나, 밥 먹는 속도가 또래보다 느리다고 연령 낮은 반, 동생들 반으로 내려보내 수치심 느끼게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또 잠을 안 잔다고 '네 부모 닮아 말을 안 듣냐'라는 폭언을 하거나, 19개월 미만 유아에게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서 예배를 드리게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됩니다.

[앵커]

기준이 좀 애매한 것도 있는데, 예를 들면 매운 김치를 먹을 때 물을 못 먹게 하는 것은 정서학대이기도 하지만 육체적 학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괴로울 테니까요. 또 오랫동안 그냥 앉아있게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아무튼 사례들이 구체적인데, 저게 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인가 보죠?

[기자]

그렇습니다. 복지부 산하의 중앙아동전문기관에서 2012년에 집계한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소개해드린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체 학대와 달리 정서 학대는 CCTV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 또 이번 사건 두고 많이 나왔던 이야기 중 하나는 "민간 못 보내겠다. 국공립 어린이집 보내야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가 굉장히 높아서 경쟁률이 굉장히 높잖아요. 실제로 아마 저쪽은 좀 낫겠다 하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기자]

그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바로 대기기간입니다.

2013년 기준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들어가기 위해 7개월 이상 기다렸다는 사람이 22.1%나 됐습니다.

반면 민간 어린이집은 10명 중 8명이 아무 대기기간 없이 그냥 들어갔고요. 이런 선호도가 과연 근거가 있느냐도 따져봤는데, 정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어린이집에서 민간 어린이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34% 정도 되는데, 아동 학대가 발생한 건수를 따져 봤더니 민간 비중이 58%나 됐습니다.

또 CCTV가 설치된 비율도 봤더니 국공립이 60.5%, 민간이 32.9%, 가정 어린이집은 4.2%밖에 안 됐습니다.

그러니 국공립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선호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또 하나의 팩트체크가 된 셈이군요. 팩트체크 한 가지 더 하죠, 기왕에. 보육정책 나오면서 그동안에 국공립을 늘리겠다라고 많이 얘기했잖아요. 실제로 계획대로 늘리고 있습니까?

[기자]

네, 어느 정도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도 조금씩은 늘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대통령 공약사항에도 들어가 있었죠.

[앵커]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서 조금씩 조금씩 늘리고는 있지만 지금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얼마나 되느냐. 다른 나라하고 비교해 보면 참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지금 비교를 한 번 해봤는데요.

우리가 전체 어린이집에서 국공립 비율은 5% 정도인데, 일본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국공립이고요. 프랑스나 스웨덴 같은 유럽 국가에선 정부와 지자체 등이 대부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대통령 공약집에도 매해 국공립 어린이집 늘리겠다라는 내용 있는데, 50개씩은 아예 새로 짓고요. 또 100개는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겠다, 이런 계획이 들어가 있습니다.

실제로 매해 이렇게 진행은 되고 있는데…이게 참 부모님들 기대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매해 이 정도 속도로, 150개씩 국공립이 늘어난다면, 국공립 비중이 5%에서 10%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3년입니다. 일본 수준인 약 49%가 되는 데는 154년이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겁니다.

[앵커]

13년 뒤면 지금 4살짜리가 고등학생이 돼야 하는 거고요. 154년이면 지금 4살짜리 어린이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 정도 될까 말까 한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영유아 보육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놓고 볼 때 국공립에 의존하기는 틀렸다, 적어도 오랜 기간 동안에. 민간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군요.

[기자]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당장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민간 어린이집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그 이야기 직접 듣고 가시죠.

[장경은/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 지금 기존의 어린이집의 질적 수준도 같이 보완을 하면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해나가야 하는 방안도 필요한데, 그런 쪽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보육교사의 처우문제, 그리고 환경, 근무환경 문제, 이런 것들이 병행이 되어야겠고요.]

이런 상황 있을 때마다 인터넷 게시판에 촌철살인 분석을 올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가 있죠? 최근 이번 사건에 대해선 "효율 임금 이론"이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그의 효율성을 결정한다, 즉 현재의 환경에선 양질의 보육교사를 기대하기 힘든 게 경제학적으로 당연하다는 이야기인데요.

지금 우리 아이들 보육을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정말 이번엔 근본적인 대책, 꼭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분들은 아이들이 미운 7살, 이렇게 흔히 얘기하지만 4살, 5살 때가 가장 귀엽고 예쁘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그런 취급을 받았다라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이 아픈 얘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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