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주말 분당의 한 학원 건물에서 난 큰 불은 방화문이 제역할을 해내면서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뉴스 보면서 특히나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원 건물도 이런 화재에 대비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을지, 걱정이 많으실텐데요. 오늘(16일) 밀착카메라로 점검해봤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이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12층 건물 옥상까지 치솟습니다.
2층 학원에 있던 학생 250여 명이 황급히 대피했습니다.
[이중남/목격자 (지난 11일) : 5분이 아니라 3분 정도 될 거예요. 순식간에 불이 커져서.]
대형 화재였지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건 건물에 설치된 이중 방화문 역할이 컸습니다.
건물이 이처럼 시커멓게 탔지만 방화문이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안으로 번지는 걸 막아 준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학원들의 방재시설은 어떤지 긴급 점검해보겠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건물입니다.
학원 20여 개가 몰려있는 건물 4층. 소화기가 어디 있는지 찾아봤더니 광고판 뒤에 숨어있었습니다.
복도 한쪽 끝에 녹슨 상자가 있습니다. 겉면에는 대피용 한인구조대라고 적혀있는데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열어보겠습니다.
두 손으로 아무리 꺼내보려고 해도 꺼내지지 않을 정도로 꽉 묶여있습니다.
화재 시 아래로 떨어트려 사용하는 대피용 미끄럼틀인데 1979년도에 제조됐습니다.
평소에는 비상 계단으로 쓰는 곳입니다. 전기 노선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김지혜/학부모 :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가 잘 됐으면 좋겠죠.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서. 불안하니까 아이들은 잘 (대피를) 못 하니까.]
이 건물은 매년 두차례씩 벌이는 건물 소방 안전 점검을 통과했습니다.
[상가 건물 관계자 : 종합정밀이랑 작동 기능 받은 걸 소방서에 제출했어요. 저희가 보여줄 의무는 없는 것 같고요.]
학생 수 300명 이상인 대형학원의 경우 방염처리와 스프링클러, 화재탐지기 설치가 의무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형학원은 서울지역 2만 8천여 학원 가운데 3%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원들은 소화기와 유도등만 설치하면 됩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둘러봤습니다.
[A 학원 관계자 : 각층 별로 소화전,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장치. 화재 대피 훈련을 해요.]
일부 학원들은 소화기 개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B 학원 관계자 : (학원 안에 소화기가 몇 개가 있는지?) 그러니까 그것도 잘 몰라요. (소방 정기 점검을 받으시나요?) 그런 거 같지 않은데, 관리실에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영주 교수/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 단시간에 동시에 빠져나갈 때 자칫 혼란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다른 시설보다 피난에 관련한 시설, 안전한 피난을 위한 경로 확보 같은 부분들이 필요합니다.]
지난 2001년 경기도 광주의 한 학원에서 불이 나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학생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이후에도 매년 학원 화재는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올들어 학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 서울에서만 다섯 차례가 넘습니다.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요.
학원 소방안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세심한 점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