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푸른 물방울'…오룡호 참사가 던지는 질문

입력 2014-12-04 21:26 수정 2014-12-05 11:2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앵커브리핑입니다.

오늘(4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는 '푸른 물방울'입니다.

"누가 이것을 지구地球라 했는가. 이것은 수구水球다."

상선을 타고 먼 바다에 나가본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가 아닌 수구. 지구가 육지로 가득한 동그라미가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바닷물로 가득한 세상이라는 의미지요.

시인의 표현처럼 어쩌면 지구라는 별은 허공에 떠 있는 푸른 물방울. 눈물 같은 바다로 이뤄진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하직인사는 하고 가야겠습니다"

침몰한 오룡호 선장의 마지막 교신내용이 전해졌습니다.

'전부 살아나서 부산서 소주 한잔하자'던 지인의 메시지는 허공에 흩어졌습니다.

듬직한 남편, 효심 깊은 손자였던 선원들도 하나둘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북극해와 인접한 태평양 최북단 바다, 베링해는 침몰한 배들이 많아 '바다무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하지요.

노후한 선박 혹은 무리한 조업이 문제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은 지난 1957년 부산항을 출발한 '지남(指南)호'입니다.

먼 남쪽 바다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후 1966년. 우리 힘으로 만든 첫 실습선 백경호가 시험조업에 성공했는데요.

이 백경호가 향한 곳이 바로 그곳, 베링해였습니다.

원양어선의 귀항이 뉴스가 될 만큼 선원들이 외화벌이 역군으로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지요.

그러나 고되고 열악한 업무환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룡호가 사고를 당한 날도 사고해역은 높은 파도와 바람 탓에 다른 어선들은 이미 해안 쪽으로 피항 중이었습니다.

무리하게 요구된 할당량이 문제였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목숨을 잃었고 국민안전처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컨트롤 타워'는 없었습니다.

"바다는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은 눈물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과 같다."

오랜 시간 바다에서 살아온 작가 한창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눈물의 바다. 푸른 물방울. 그러나 더 이상 바다를 눈물로만 기억하고 싶진 않습니다.

푸른빛의 바다를 슬픔과 눈물이 아닌 푸른빛 아름다움으로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월호에 이어 오룡호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관련기사

"하직인사를…" 오룡호와 함께 간 선장의 마지막 교신 오룡호 선원 시신 수습 잇따라…선장 "배와 함께 가겠다" 국내 원양어선 10척 중 9척 '노후'…선령 제한도 없어 오룡호 실종선원 시신 8구 추가 수습…수색작업 총력 안전처, 오룡호 침몰 수사전담반 운영…"사고 책임 물을 것" 사조산업 회장 "모든 책임 지겠다"…실종자 구조 최우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