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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해경 구조자수 바꾸자, 청와대 "어이구 큰일났네"

입력 2014-07-02 16:04 수정 2014-07-0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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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일) 오전 국회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침몰당시 해경과 청와대의 통화 내용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해경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하며 실종자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청와대 역시 윗선 보고에만 급급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사회부 이지은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먼저 녹취록 내용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4월 16일 14시 36분>
해경청 : 지금 통화 중이시고 166명 말씀드리라고 합니다.
청와대 : 어이구, 큰일 났네! 이거, 큰일 났어!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세요. 몇 명?
해경청 : 166명입니다.
청와대 : 166명 구조, 2명 사망…그러면은 202명이 사라진 거 아닙니까? 166명이라고요? 큰일 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 다 끝났는데…
해경청 : 현재 정확하게 카운트된 게 166에 사망자 2명 포함입니다. 그리고 어선으로 들어오는 것도 파악 중에 있는데…해경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은 166명입니다. 저희도 파악이 제대로 안 되어가지고 죄송하게 됐습니다.
청와대 : 아니, 그러니까 오차가 너무 커가지고, 지금…아까는 19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께 바로 보고했거든, 이거 미치겠네…진도 행정선하고 누가 통화했습니까?
해경청 : 목포서 상황실장이 통화했다고…
청와대 : 목포서 상황실장이 진도 행정선하고 통화했는데 자기는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 그럼 그 실체가 없는 거다.
해경청 : 아마 중간에서 뭐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 중간에서 하는 과정에서 오해한 것 같다? 그럼 언론 보도 난 것도 다 거짓말이네 그죠?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청에서 보고받아서 발표했을 것 아닙니까? 우리처럼…
해경청 : 아마 구두 보고로 했을 겁니다.
청와대 : 그러니까 우리처럼 해경청에서 보고를 받고 나서 언론발표를 했을 거 아니에요, 368명으로…거기도 완전 잘못 브리핑 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알겠습니다. 공식 166명입니다.

[앵커]

기가 막히죠. 이게 사고 당일 녹취죠? 당시 구조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인데요. 녹취록 공개로 파장이 커지고 있는데, 주요내용 어떤 것들이 있었나?

[기자]

네. 청와대와 해경 상황실의 유선전화 녹취록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입니다.

방금 들으셨다시피 먼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 상황실은 사고가 난 지 40~50분이 지난 9시 30분쯤부터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1시 15분이 넘어 유선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하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또 "진도 행정선에서 생존자가 약 190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30분 정도 뒤에는 말이 또 바뀝니다.

"370명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 거고요,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해경은 오후 2시30분이 넘어서 "구조자가 166명이다"라고 보고를 바꿨습니다.

이를 들은 청와대는 "200여 명이 사라진 것 아닌가, 대통령 보고까지 끝났는데 그럼 나머지 300여 명이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게 아니냐"고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러면서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에서 보고를 받아 발표했을 텐데 완전히 잘못 브리핑을 한 것이냐"며 "여파가 크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앵커]

사고 첫날 구조자 숫자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알고 있었는데 통화에서 이런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까 더 당황스럽네요.

숫자만 갖고 우왕좌왕 하는 게 아니라 구조 역시 손을 놓고 있는 모습도 드러났습니다. 구조 작업 관련된 녹취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4월 17일 01시 35분>
청와대 : 실장님 저기 우리 구조 들어간 팀 있잖습니까? 해경하고 해군?
해경청 : 해군 1시 20분부로 철수했습니다.
청와대 : 아니 그러니까 들어간 시간하고 나온 시간 체크가 안 됩니까?
해경청 : 들어가지를 못 했고요.
청와대 : 작업개시…
해경청 : 들어가지를 못 했어요, 해군은…
청와대 : 못 들어가고 대기하다 01:18분에 철수, 해경은?
해경청 : 계속 지금 대기 중입니다.

[앵커]

16일 밤, 사고 당일에 구조 작업을 시도하긴 했는데 그냥 나왔다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 같고요.

[기자]

네, 당시 1명의 목숨이라고 살려야 하는 굉장히 긴박한 상황이었죠.

당시 범대본은 민관군 잠수사들이 적극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며 실시간으로 수색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16일 밤, 그리고 17일 새벽으로 이어질 때도 민관군이 수색을 계속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녹취록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금 들으신 대로 청와대가 "우리 구조팀 해경과 해군이 들어간 시간을 확인해달라"고 하자, 해경은 "수색에 들어가지 못해 철수했고, 해경 역시 계속 대기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가 "지금 언론이 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도를 해보라"는 식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에 해경은 "현장에서 세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이야기 했고요, 녹취록엔 안 나왔지만, 그 뒤에 새벽 2시까지 이어진 통화에서도 청와대는 "수색을 했느냐, 물에는 들어간 게 맞느냐"고 물었고 해경은 "물살이 세서 못 들어갔다" 이런 이야기를 한 후 "시도는 했다"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앵커]

녹취 중에 헬기가 이미 도착했고, 구조대원이 타고 있었는데 지시가 없어서 대기만 했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가요?

[기자]

네, 청와대와 해경 간의 통화뿐 아니라 해경 본청과 서해청, 119 상황실 등이 통화한 녹취록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보신 것은 청와대와 해경 간의 녹취록이었습니다.

이중에 사고 현장에 선체에 들어가 구조할 수 있는 구조대원이 도착했는데도 대기만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있었습니다.

119 중앙상황실은 오후 1시 좀 넘어서 해경 본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 도착을 했고, 수난구조전문요원들이 다 탑승을 하고 있다. 배 안에 구조자가 있으면 바로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해경에서는 "잠깐 기다리라", "대기하라"는 이야기만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당시 얼마나 우왕좌왕 했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녹취록이었습니다.

국정조사가 이제 막 시작인데 사흘째인데,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이 국정조사에 임하는 태도에 대한 지적이 있어요?

[기자]

네, 기관보고 첫날이었죠.

안전행정부와 국방부 기관보고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요, 오후 3시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졸고 있는 모습이 대책위 분들에게 포착됐습니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옆 자리에 앉은 윤재옥 의원이 흔들어 깨웁니다.

국정조사를 참관 중인 유족 대책위가 어제 공개한 동영상입니다.

유족 측은 어렵게 만들어진 국조 시간에 졸거나 하는 모습은 불성실하게 보인다고, 겸허하고 성실한 자세로 국정조사에 임해주시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 의원에게 입장을 들었습니다.

이 의원은 "전날 국정조사를 준비하기 위해 밤을 새웠고, 앞으론 더 조심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그것 뿐만이 아니었죠. 장관은 오전에만 기관보고하고 일부 의원들은 지각도 하고 했더라고요?

[기자]

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장관 이취임식 참석을 이유로 3시간 만에 자리를 지키다 떠났습니다.

김 전 장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좀 넘어서까지만 기관보고를 했고 그 이후, 오후부터 저녁까지 계속된 기관보고 때는 국방부 차관이 대신 자리를 했습니다.

유족 측이 지적한 것은 또 있습니다.

국조특위 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였는데요, 중간 휴식이 끝나고 기관보고가 재개됐는데도 자리 곳곳이 비고 늦게 들어오는 등의 모습들을 보였습니다.

[앵커]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에요. 세월호 유족들이 공개해서 그렇지, 항상 그렇습니다.

[기자]

국감 때도 조는 의원이나 지각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하죠.

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0일이 넘었는데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의 발언도 물의를 빚었습니다.

구조방식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건데요, 표면잠수 공급방식을 몰랐다는 겁니다.

일명 '머구리'로 산소통을 지고 들어가는 스쿠버 방식과 비교해 이미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가 된 내용이어서 일반 국민들도 대부분 아는 내용입니다.

강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식의 발언을 해 유족들이 크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야 의원들이 질문 할 때마다 '정부가 자료를 줘야 국민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자료 제출도 제대로 안 된 모양이군요?

[기자]

네, 정부 각 기관의 자료를 받아야 그것을 바탕으로 기관보고를 하게 돼 있습니다.

자료제출 거부하는 기관이 많아서 국정조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첫날, 둘째날 모두 의원들이 "진상을 규명하려 해도 정부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도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데 서류들이 잘 제출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습니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해경과 해수부 등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중 30% 정도만 왔었습니다.

특히 청와대와 총리실의 경우는 더더욱 자료를 주지 않고, 받기도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어젯밤 늦게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일부 자료를 주지 않던 해경이 어젯밤 11시 정도부터 자정까지 의원실을 돌며 그동안 주지 않았던 자료를 주고 간 건데요, 오늘 청와대와 해경 통화 내역도 어제 자정이 다 돼서 해경이 자료를 제출하고 갔습니다.

국회 관계자들은 오늘이 당장 해경의 기관보고인데 몇 시간 전에 주고 간 것이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유족들은 국정조사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고 국회까지 왔는데 보는 내내 정말 답답하실 것 같아요. 반응이 어떠셨어요?

[기자]

유족분들이 첫날 기관보고부터 해서 국정조사 모니터링단을 구성했습니다.

그날그날 국정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어떤 부분을 좀 더 했으면 좋겠고, 부족하고, 이런 부분을 매일 아침마다 자료를 내고 있습니다.

이 자료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의원들이 좀 더 성실히, 적극적으로 참사의 원인을 분석해달라는 것이고, 기관측에는 좀 더 정확하고 명확한 의혹이 풀릴 만한 대답을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청와대와 해경의 녹취록은 파장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하루종일 뉴스가 될 것 같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지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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