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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정치인 몰려들던 사찰, '돈 싸움'에 휘청

입력 2013-12-06 09:02 수정 2013-12-2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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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 유명 사찰에 경찰이 출동하고 용역경비까지 동원됐습니다. 이 용역들이 절 안에서 먹고 자면서 술까지 먹었다고 합니다. 이게 다 사찰 운영권을 두고 빚어진 갈등 때문입니다. 누가 교단을 운영할 지를 놓고 재단 관계자와 신도들이 두 파로 나뉘어서 극심하게 대립한 끝에 나온 사태인데요, 결국은 돈 문제였습니다.

오늘(6일) 긴급출동에서 산사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건, 취재했습니다.

[기자]

화려하고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경북 봉화군의 한 사찰.

하지만 이 사찰의 고요함은 깨진 지 오래입니다.

지난달 27일 절 안으로 들어가려는 스님과 신도들이 용역들에게 가로막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도 일어났습니다.

문제의 사찰은 대한불교 불승종 종단인 현불사.

이 종단의 창시자인 설송 스님이 전직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그 후 유명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절로 알려져 있습니다.

싸움의 발단은 초대 정종인 설송 스님의 입적.

설송의 뒤를 이어 누가 교단을 운영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설송 스님의 종교적 아들이기 때문에 그 대를 이어 종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송광 스님.

[송광 스님 : 다른 불교 교단에서는 추천이나 투표로 하지만, 여기에선 내가 장자 (큰아들) 이니까 대를 이어받게 되어있어요.]

하지만 재단 측 관계자는 송광스님이 종정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불승종의 종법상, 이사장이 곧 정종이기 때문입니다.

[재단 측 관계자 : (예전에 이사장) 임기를 절반밖에 못 채우고 (송광 스님이) 사퇴서를 쓰게 되어 버렸어요.]

송광 스님은 과거 이사장 임기를 절반만 채운 채 사퇴한 경력이 있고, 직을 사퇴하였고 현재는 다른 이사장이 있기 때문에 송광을 종정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급기야 종정자리를 두고 무력충돌이 일어나 현불사에서 송광 스님 측 사람들은 모두 쫓겨난 상태입니다.

[송광 스님 : 용역들이 많이 들어와서 종무서 (직원들) 도 전부 내쫓고, 아래층의 현관문도 전부 때려 부수고 들어온 거예요.]

결국 부상자가 속출했고, 이를 말리려고 경찰이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가치만 해도 약 1000억 원 정도라는 불승종 종단, 이 막대한 부 때문에 갈등은 더욱 커졌습니다.

송광 스님 측 관계자는 재단 쪽 사람인 박 모 씨가 비리를 감추기 위해 재단과 손을 잡고 송광 스님이 새 종정이 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합니다.

[송광 스님 측 사찰 관계자 : 설송 큰 스님이 신도들이 낸 보시금를 보관을 하라고 한 돈을 박 씨 (가명) 가 개인통장에 관리하고 이 돈이 2012년도에 모두 없어집니다. 약 150억 정도 개인의 통장에 넣어서 (유용했습니다.)]

하지만 재단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박 씨는 33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재단 측 관계자 : 박 씨를 바탕으로 송광 스님에 반대하는 쪽을 저지하기 위해 공격의 포인트를 그 쪽 (박 씨의 횡령) 으로 잡은 걸로 봅니다. 왜냐하면 형사고발을 그 쪽 (박 씨 횡령 건) 으로 다 했거든요. 형사고소 건이 70여 건이 되는데, (횡령했으면) 어떻게 전부 다 무혐의로 나오겠습니까?]

오히려 재단은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 송광 스님의 행동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교단의 사찰을 운영하던 송광 스님, 현불사에 비해 비교적 살림이 어려운 사찰을 운영하다보니 물질적인 욕심이 생겨 이 싸움을 조장했다고 주장합니다.

[재단 측 관계자 : (송광 스님의 수원 사찰이) 살림이 어렵다, 신도가 없는 건 사실이에요. 본인도 종정 자리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재단 쪽에서) 리더를 만들어보려고 많이 노력했을 때에도 거부했던 분이고 (지금은) 주위에 좀 부추기는 바람에 뭔가 방향을 잘못 들어선 것처럼 나는 보여요.]

이에 송광 스님은 오히려 재단의 탐욕을 비판합니다.

[송광 스님 : 돈 문제 때문에 자기들(재단) 끼리 똘똘 뭉친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영계(죽은 뒤에 영혼이 가서 산다는 세계)에서 볼 때는 천벌 받을 일이지요.]

두 파가 갈려 싸우는 사이 사찰은 젊은 용역들이 차지했습니다.

분쟁 과정에서 재단 측이 수십여 명의 용역을 고용했기 때문입니다.

용역으로 고용된 사람들은 절에서 먹고 자며, 사찰에서는 금지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송광 스님 측 사찰관계자 : 그 안에서 자기 (용역) 들이 술도 먹고 난장판을 만들고… 그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거죠.]

하지만 종교 갈등에서 용역까지 고용해 상대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재단 측은 오히려 송광 스님 쪽에서 먼저 사찰 안에 용역을 끌어들였다고 주장합니다.

[재단 측 관계자 : (송광 스님 측 용역이) 먼저 들어왔죠. 법사님이 두드려 맞고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니까 용역경비를 동원해서 우리 법사님들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용역을 사찰에) 상주시켰죠.]

갈등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결국 양측 모두 이유는 돈 때문이라는 것.

과거에는 함께 자비와 화합을 추구하던 불자였지만 지금은 돈 앞에서 서로가 적입니다.

사리사욕을 버려야 할 이 사찰에 불심이 아닌 욕심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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