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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인간 욕심이 낳은 '괴물쥐'의 역습

입력 2013-12-04 08:10 수정 2013-12-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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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낙동강 유역이 몸 길이가 1미터가 넘는 뉴트리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밭을 파헤쳐놓는 것은 물론, 생태계 특별 보호구역인 우포늪까지 파괴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들여온 이 뉴트리아는 한때 농민들의 고수익 사업으로 알려져서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는데요, 지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뉴트리아에 대한 집중 포획작업이 한창입니다.

오늘(4일)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뉴트리아 집중포획기간에 돌입한 낙동강 유역.

이곳에서 ‘뉴트리아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흥용씨. 지난 5년 동안 그가 잡은 뉴트리아는 3,000마리가 넘습니다.

[전홍용/뉴트리아 전문 사냥꾼 : 이게 낙동강의 괴물 쥐입니다. 엄청나게 크죠. 상당히 사나운 동물입니다.]

설치목 뉴트리아과의 포유류로 커다란 앞니와 꼬리 1m에 달하는 몸길이에, 무게는 20kg까지 나갑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라 먹이를 찾아 다니는 길목에 덪을 놓아 포획하고 있습니다.

[전홍용/뉴트리아 전문 사냥꾼 :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너무 포획이 힘들어요. 한 마리 한 마리가. 이렇게 깊다고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뉴트리아를 쫓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전홍용/뉴트리아 전문 사냥꾼 : 하천가에 배추밭을 상당히 많이 재배했는데 뉴트리아가 배추 노란 속만 파먹어 상품성을 없게 만들어서 한 1,500만원 정도 손해를 봤죠.]

이렇게 뉴트리아에게 피해를 당한 건 다른 농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영택/부산시 범방동 : 그래 하여튼 저녁마다 온다고. 저녁마다 나와서 어질러놓고 돌아다니고 뜯어먹고 그래. 왕창 뜯어먹고 그러는 거예요.]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포획이 쉽지 않아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임영택/부산시 범방동 :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해놔도 안 돼. 쥐약을 놔 봐도 안 먹지, 이제 뭐 포기상태라 포기해버렸어….]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입히고 있는 뉴트리아는 본래 남아메리카가 원산지.

1985년 모피와 고기를 얻기 위해 들여와 한때는 15만 마리까지 길렀습니다.

뉴트리아 털은 방수효과와 보온성이 좋아 러시아 등지에서는 인기 품목이었고, 고기 역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망 수익사업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쥐에 대한 혐오 때문에 거부감이 컸습니다.

관련 산업이 사양세를 걸으며 자연으로 방사된 뉴트리아는 10년간 국내 생태계에 적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두 시간 동안 포획된 뉴트리아는 수십 마리.

전홍용 씨는 김해 일대의 뉴트리아 개체수를 10만 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국내 도입 당시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방상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 그때 당시에 생태계에 관한 위해성을 평가하는 그런 제도들이 없는 상태였고 일정한 규제를 받지 않고 국내로 도입되게 된 거죠.]

경남 창녕에 위치한 우포늪.

멸종 위기의 야생돌물을 비롯해 각종 수생식물과 어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중요한 습지입니다.

이 곳 역시 뉴트리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하루에 몸무게의 4분의 1을 섭취하는 뉴트리아가 다양한 습지식물들을 먹이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영학/우포늪 지킴이 : 생태계 파괴범입니다. 새 풀이 올라오는 걸 저것들이 다 캐 먹어 버리죠.]

[이성규/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 습지식물이 피해를 보니까 습지식물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습지의 기능을 상실한다든지….]

더욱 심각한 것은 본래 초식동물이었지만, 국내 환경에 적응하면서 잡식성으로 변해 생태계 파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주영학/우포늪 지킴이 : 여기 청둥오리. 청둥오리 잡아먹었다.]

심지어 청둥오리와 같은 천연기념물까지 잡아먹고 있습니다.

[이성규/낙동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 천적은 사람 밖에 없다고 봐야죠. 미국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매년 40만 마리씩 잡아내고 있는데 몇 년 사이에 습지 면적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보고도 있습니다.]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뤘던 미국에서 뉴트리아는 '늪 파괴자'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1999년부터 제기됐으나 오히려 가축으로 승인됐습니다.

[농림부 관계자 : 생태계까지… 그 당시에 그것까지 확인하고 이렇게 했었던 부분까지는 좀… (확인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9년이 돼서야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뒤늦게 근절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외래종 수입을 막기 위한 관련법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방상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 현행 검역·방역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생태계 위해성 평가 제도는 항목이라든지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 아직 보다 면밀하고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농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뉴트리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진행된 '늪 파괴자' 뉴트리아의 도입으로 농민들과 우리의 생태계가 깊은 시름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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