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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출동] '아슬아슬' 123층 제2롯데월드, 정말 안전?

입력 2013-12-02 08:17 수정 2013-12-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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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충돌하면서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불거졌죠? 123층 높이의 초고층 건물인데, 부근에 잠실 헬기장이 있고, 5.5km 거리에는 서울공항이 있습니다. 안전 검증이 다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 건물이 비행에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놓고는 조종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오늘(2일)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정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 주택가 한복판에서 일어난 헬기의 아파트 충돌 사고. 사상 초유의 사태에 놀란 시민들이 눈을 돌린 곳은 인근에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입니다.

추락한 헬기가 착륙하려 했던 잠실 헬기장에서 불과 2.8km 거리인데다 규모가 123층, 555m 높이입니다.

그런데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한 건 헬기장이 아니라 5.5km 거리에 있는 성남 공군기지, 서울공항입니다.

서울공항 뒤편 산에서 공항 너머로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자 제2롯데월드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집니다.

지상에서 가까운 층은 유리로 둘렀고, 중앙 골조는 벌써 50층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2016년 이 건물이 완공되면 어떤 상황이 될까?

취재진은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비행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완공 후 상황을 구현했습니다.

서울공항 활주로를 따라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시속 300km까지 속도를 올립니다.

비행기는 이륙 1분여 뒤 제2롯데월드 옆을 지나게 됩니다.

매번 이륙 때마다 건물에서 멀어지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 비행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유지되는 건물과의 거리는 2.5km 남짓, 그렇다면 착륙은 어떨까.

서울공항의 비행 차트를 입수해 군 비행기의 착륙 경로와 동일하도록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

항공기는 20km 밖에서부터 거의 일직선으로 공항을 향합니다.

고도가 내려갈수록 제2롯데월드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옵니다.

건물 바로 옆을 지날 때 비행기의 고도는 280여 미터, 제2롯데월드 전체 123층 중 60층 정도의 높이로 비행기가 지나는 셈입니다.

이 때 제2롯데월드와의 이격 거리는 약 2km, 시뮬레이션을 관찰한 전직 공군 전투발전단장은 불안감을 표합니다.

[이희우/전 공군 전투발전단장 : 조종사들은 접근할 때마다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개가 끼면 더 심각해집니다.

시정 1.2km 수준의 안개 상황을 설정했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조종석에서 희미하게 보입니다.

이번에는 아이파크 헬기 충돌 당시와 비슷한 시정 800m 수준, 바로 옆을 지나는데도 제2롯데월드의 육안 식별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어제 오전 안개가 낀 서울공항에서는 제2롯데월드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20km 떨어진 착륙 유도 지점에서 9도만 벗어나면 건물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조진수/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악천후라든가. 문제는 비행기가 항로를 이탈해 통제 불능 상태에 다다랐을 때가 문제인 것이죠.]

그러나 공군 측은 서울 공항은 안개가 끼면 계기 비행으로 유도하고, 시정 800m 이하일 때는 아예 비행을 불허하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비행에 별 문제가 없다는 조종사 의견도 있습니다.

[박현재/예비역 공군 대령 : VFR (시계 비행) 상태에서는 조종사들이 눈으로 보고 활주로를 찾기 때문에 문제가 없죠. 날씨만 좋으면.]

북한과 전투를 가상한 영화의 한 장면, 전투기가 서울 도심 상공의 초고층 빌딩에 부딪히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달아납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가상 상황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제2롯데월드 건물에는 충돌경보장치가 설치됩니다.

비행기가 접근하면 충돌 25초 전부터 경보가 울리는 장치입니다.

[conflict(충돌) conflict(충돌)]

경고음에 따라 조종사가 피할 수 있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김철우/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특히 전투기처럼 속도가 아주 빠르고 다양한 조작을 해야하는 경우에는 효과적이지 않고 불완전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롯데 측은 국내 항공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증을 거쳐 여러 보완책도 마련한 만큼,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입장이 확고합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건축 허가를 번복하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상상도 못했던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 이후 여당에서조차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훈/새누리당 최고위원 : 국민안전, 국가안위 둘다 걸린 문제이므로 굉장히 철저하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 검증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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