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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허물 벗고' 떠난 중국 관광객들…왜?

입력 2017-02-0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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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가 오늘(2일)까지 였습니다. 올해는 사드 여파로 관광객이 많이 줄었는데, 이들이 묵었던 곳마다 흔적을 여실히 남기고 간 탓에 숙박업소와 관공서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보시지요.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게스트하우스 업주 : 보고 깜짝 놀란 거예요. 침대 위고 바닥이고 발 디딜 틈이 없어서. 가져온 거 싹 다, 속옷부터 겉옷, 심지어 화장품까지 놔두고 가는데. 분실물인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고 버리고 가는 것들이더라고요 다.]

중국인 손님들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숙박업소들을 찾아가봤습니다.

골목에서부터 자리를 차지한 쓰레기들은 자세히 보면 신고 온 신발입니다. 아예 여행용 가방을 통째로 두고 가기도 합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계산을 마치고 나간 방입니다. 비교적 깨끗하게 사용이 됐다고 하는데요, 자고 나간 흔적 정도만 남아 있고요. 하지만 이 게스트하우스에도 이번 춘절 기간 동안 이렇게 중국인들이 남기고 간 캐리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안에를 보면요, 그대로 사용해도 될 상태의 제품들입니다.

[손해동/게스트하우스 직원 : 한국에서 새로 사고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말 없이 두고 가는 경우도 있고…]

가져온 짐을 숙소에만 버리고 가는 건 아닙니다.

택시에 들고 탄 뒤 새것만 갖고 내리거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놓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버린 것인지 분실물인지 파악이 쉽지 않아 과태료도 부과하기 어렵습니다.

[지하상가 직원 : 자기네들 버릴 데가 없으니까 이런 데다 세워놓죠. 어쩌다가 한 번씩 보는데 그렇더라고요.]

중국으로 돌아갈 때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짐의 양이 제한돼, 새로 산 가방과 옷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 같다는 게 숙박 업소들의 설명입니다.

[장 스위핑/관광객 :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사는 제품의 품질이 좋기 때문에 선택을 하고, 자신의 물건을 두고 좋은 물건을 들고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방이 버려진 골목에 하루가 지나 다시 와봤는데요. 아직도 이렇게 그대로 있습니다. 결국 이런 여행 가방들은 유실물로 처리돼 근처 경찰서로 옮겨집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렇게 접수된 여행 가방들로 보관함이 가득 차 새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법에 따라 유실물로 들어온 물건은 최대 9개월까지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버리고 간 흔적이 분명한 것들도 어쩔 수 없이 보관해야 합니다.

[이을수/서초경찰서 생활질서계장 : 신분증이나 여행 기간에 쓸 수 있는 용품이 전혀 없고, 외국인이라는 것을 단정할 수 있는 내용물이 들어있는 것만 봐서 버리고 간 것이라 예상됩니다.]

멀쩡한 가방을 본 시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신고를 하기도 합니다.

[이을수/서초경찰서 생활질서계장 : 간혹 폭발물 오인신고가 들어와서 경찰작전부대가 출동한 사례가 있는데요. 확인해보면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물이 들어있는 경우가…]

올해는 사드 여파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줄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처치 곤란한 물건들은 줄어들 줄 모르면서 이제 그 부담은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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