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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블랙리스트 맞선 '광장 극장'의 목소리

입력 2017-01-2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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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커지면서 문화 예술인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지요. 서울 광화문에선 항의성 문화 행사가 두 달 넘게 열리고 있습니다. 설 연휴에도 이곳을 지키겠다는 문화인들 목소리를, 밀착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맨발 여러 쌍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져 광장 바닥은 얼음장 같지만, 무용단은 일사불란합니다.

발등은 이내 빨개지고, 발바닥은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마음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뜻을 모아 두 달 동안 연습한 춤입니다.

[정진성/무용 전공 학생 : 저희가 신발 신고 따뜻한 모습으로 영상을 담는 것보다 오히려 맨발로 깔끔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문화예술인들의 텐트는 약 50여채. 하루를 여는 텐트촌 회의에선 이번 주말 일정들이 오갑니다.

[그래서 10시에 저희 광화문 캠프촌과 블랙리스트, 설날 합동 차례 하고요. 2시부터는 저희 캠핑촌 새해맞이 행사합니다.]

간단한 청소와 정비가 끝나자, 오후부터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천막으로 만든 전시관입니다.

10평 정도 되는 이 공간은 궁핍현대미술광장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름을 비틀어 붙였는데요. 안에는 이렇게 사진기자와 작가 40여 명이 기증한 사진 120여 점이 전시돼 있는데요.

어떤 사진들인지 한 번 볼까요. 대부분 지난 13번 동안의 촛불 집회 동안 기록된 사진들이 나열이 돼있고요. 이 공간은 매일 오후 9시까지 일반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변에 설치된 조형물 앞에서 카메라를 꺼냅니다.

[심규태/경기 평택시 이충동 : 블랙리스트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반대하는 뜻을 나타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바깥 생활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예술인들의 살림살이도 늘었습니다.

[정덕수/시인 : 식사는 더운물만 부으면 이거 먹잖아요. 반찬 이렇게 사다 놓고… 배추김치, 열무김치. 이런 식으로 사서 정리해놓고 먹고 있습니다.]

보수단체와의 신경전도 이제는 익숙합니다.

[신유아/문화연대 : 매일 아침마다 한 번 돌고, 오후에도 한 번 돌고. 각자 자기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텐트촌의 한복판에는 검정 천막으로 만든 거대한 공연장, 이른바 '블랙텐트'가 자리 잡았습니다.

매일 밤 무료로 관객을 맞이하는 이곳은 어느새 광화문 광장의 상징이 됐습니다.

지난 13일부터 공연을 시작한 이곳 블랙텐트는요. 대설과 한파로 몇 차례 보수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쪽으로 보이는 것처럼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검정 테이프를 텐트 이음새에 붙였고요. 그 옆에는 물이 새는 걸 막기 위해서 비닐을 덧댄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무대에선 마임 공연 연습이 한창입니다. 마침내 관중과 만나는 시간, 배우들과 100여명의 관객은 대사 한 줄 없이도 집중하고 소통합니다.

[유진규/마임 아티스트 : 지금 이 촛불들에 여러 가지 들끓는 마음들을 적어도 예술의 힘으로, 예술의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고 풀어줘야 할 때가 아닌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구속에도, 이곳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는 모습입니다. 매서운 한파도 막지 못한 블랙텐트의 84번째 하루가 이렇게 저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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