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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황 속 청춘의 뒷면…'동전의 행복'

입력 2017-01-31 22:12 수정 2017-02-0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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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단돈 천 원으로 즐길 수 있는 인형 뽑기방이나 동전 노래방, 요즘 많이 볼 수가 있지요. 불황에 고용 한파로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들입니다. 이들이 그토록 뽑고 싶은 건 단순한 인형이 아니겠지요.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울 신촌거리입니다.

빼곡한 간판들 사이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노래방들이 눈에 띕니다.

[(몇 명이 가는 거예요?) 지금 4명이요. (코인노래방 찾는 이유가 있어요?) 싸잖아요. 똑같은 가격이라면 1시간 더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 곡에 단돈 250원, 일반 노래방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서울 신촌의 한 동전노래방 입구입니다. 문 앞을 보시면 지폐교환기와 자판기가 설치 돼 있고요. 안으로 한 번 들어가 보실까요. 방 안을 보시면 지폐투입구와 동전투입구가 설치돼있습니다. 원하는 곡 만큼 미리 돈을 결제하고 노래를 부르는 시스템입니다. 노래방 안에는 모두 방 14개가 있는데요. 절반 이상은 가득한 상황입니다.

손님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풀려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혼자서도 즐길 수 있어 어느덧 취미가 됐습니다.

[이상헌/대학생 : 값싸게 즐길 수 있으면 경제적으로 부담 많이 안 되는 게 좋은 거 같으니까. 취미로도 적당한 거 같아서 평소에 자주 오고 있어요.]

인형뽑기방은 불황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인형뽑기 가게입니다. 안쪽을 보시면 5평 남짓한 공간에 인형뽑기 기계 10대가 이렇게 빼곡히 들어차있고요. 기계 안쪽을 보실까요.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캐릭터 인형이 가득 채워져있습니다.

문 닫은 골목상권 마다 생겨나기 시작해 지난해 2월 전국 21곳에서 1월 말 기준 1164곳으로 1년도 안 돼 50배 이상 늘었습니다.

석 달 전까지 맥주전문점이였던 3층짜리 건물에도 인형뽑기 가게가 들어섰습니다.

천 원짜리 지폐를 기계에 넣고 인형뽑기 조종대를 잡은 눈빛에선 진지함까지 느껴집니다.

[일직선에 있는 건 지금 안 되고. 바로 이건 떨어뜨리면 되지 않나?]

집게발에서 떨어진 인형을 보며 아쉬워하고,

[엉덩이를 잡으라고. 그래 조금만 더 하라고.]

수차례 실패 끝에 성공하자 환호성이 터져나옵니다.

[최고죠, 완전 좋아요.]

[박소라/대학생 : 밖에서 사면 비싼데 여기서 하면 1천~2천원으로 잘 뽑히면 좋은 거니까…]

경기침체와 사상 최악의 고용한파로 값싼 비용으로 즐거움을 찾으려는 놀이문화가 젊은이들 사이에 자리잡은 겁니다.

[양지명/직장인 : (몇개 뽑으신 거예요?) 한 9개 이상 뽑았습니다. (인형뽑기가 취미셨어요?) 아니요. 많이 하다보니까 뽑는 재미… 단돈 1천원에 뽑힌다는 이런 기분 때문에 하다 보니까…]

지난해 기준 청년층의 1인당 부채는 4000만원으로 4년 전보다 45% 늘었습니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저렴하고 값싼 것에서 재미를 느껴야한다는 얘기는 만족감과 취향까지도 모두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천원짜리 취미에 위로받는 젊은이들, 깊어진 불황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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