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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거리에 '책상' 편 공시생들…치열한 현장

입력 2017-01-24 22:21 수정 2017-01-2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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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4일) 밀착카메라는 노력을 부정당하는 최근의 소식들을 마주하면서도 책을 덮을 수가 없는 수험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무원 시험을 앞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는 영하 10도의 얼어붙은 거리에서 공부를 하며 밤을 지새우는 수험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치열한 노력의 순간들이 정당하지 못한 현실로 물거품이 될까, 힘겨워하는 그 마음들을 담아왔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일요일 새벽, 동도 트지 않은 눈 내린 골목길에 두터운 외투를 껴입은 사람 수십 명이 앉아 있습니다.

매트를 여러겹 깔고 상자를 책상 삼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나수경/공무원 시험 준비생 : 요가매트요. 이거 있으면 좀 따뜻한데, 옷을 많이 껴입어요. (이건 뭐예요?) 스탠드요.]

옷 속을 파고드는 칼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 힘들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간절하니까.]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매주 일요일 새벽잠을 포기한 이유는 강의실 명당자리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서지은/공무원 시험 준비생 : (따로 선호하는 자리가 있으세요?) 저흰 두번째 줄. 교수님 얼굴도 잘 보이고 선생님하고 대화하는 거 같아서 수업할때 집중도도 더 좋고요.]

지금 시각이 새벽 4시를 훌쩍 넘겼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학원 앞에는 강의실 앞자리를 배정 받으려는 학생 60여 명이 길게 앉아있습니다.

바닥을 보시면 무릎담요나 스티로폼 깔개를 준비해온 분도 있고요. 이쪽을 보시면 돗자리를 이불 삼아서 덮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하 10도에 가까운 한파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줄은 점점 더 늘어나 학원 앞은 150명에 가까운 수험생들로 북적댑니다.

드디어 건물 입구가 열리고, 차례대로 강의실 좌석배치표에 원하는 자리를 골라 이름을 써넣습니다.

밤새워 기다렸던 자리배치는 30여분 만에 끝났습니다.

[유비/공무원 시험 준비생 : (원하는 자리 됐어요?) 99번에 배정됐는데, TV랑 칠판이 같이 보이는 자린데 마음놓고 일주일간 또 공부할 수 있을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밤새 얼었던 몸을 녹일 틈도 없이 자습실로 향합니다.

[박기현/공무원 시험 준비생 : 밖에서 줄서다가 이제 자리잡고 공부하러 온 거예요.]

약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대형 강의실입니다. 교단 앞쪽을 보시면 약 100여 개 책상 정도는 이렇게 번호표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고정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벽이나 기둥 뒤에서 TV화면을 통해서 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수백 명의 수험생들이 몰려 나오면서 화장실과 매점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서고, 복도는 북새통이 됩니다.

점심식사는 3~4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컵밥이나 저렴한 고시식당을 즐겨 찾습니다.

[정혜성/공무원 시험 준비생 : 1위는 가격. 쓰는 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맛보다는 가격을 (따져요).]

혼자 밥을 먹으면서도 커피를 기다릴 때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긴장과 압박감으로 약국을 찾는 수험생들도 많습니다.

[이아영/약사 : 하루종일 앉아있으니까 아무래도 소화불량이 제일 많고,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두통약을 많이 찾습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경찰공무원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새해 소원은 뭘까.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같은 사례가 더는 나오지 않는 세상이었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 설마했던 일들이 진짜 벌어지고 있잖아요. 영화보다 더 신기한. 대한민국 전체가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보답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미래를 위해 새벽잠을 포기한 수험생들을 힘들게 하는건 영하 10도의 매서운 한파가 아닙니다. 노력을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평가받을 수 없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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