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유통가의 핫 이슈라면 단연 최저가 전쟁입니다. 싸게 판다니,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인데요. 사실은 이런 화려한 마케팅에 가려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이새누리 기자가 꼼꼼하게 따져봤습니다.
[기자]
온라인 주문 상품들이 주인 맞을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한 대형마트의 온라인 전문 물류센터입니다.
유통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겁니다.
총성 없는 전쟁은 지난달 시작됐습니다.
한 대형마트가 기존에 팔지 않던 기저귀 상품을 장당 310원에 내놓자, 일격을 당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같은 상품을 313원에서 310원으로 내려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마트 측은 가격을 307원으로 또 내렸고, 소셜커머스도 305원으로 맞받았습니다.
지금은 각각 304원, 303원에 팔리고 있는데, 이 최저가 전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소비자들은 환영합니다.
[김혜영/기저귀 구매자 :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10원, 20원 할인이라도 차이가 엄청 크더라고요.]
[양영주/기저귀 구매자 : 사실 더 내렸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데서 쉽게 살 수 있도록…]
할인 품목은 분유, 여성용품 등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할인,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이진수/대형마트 영업총괄 : 업체(제조사)와 저희가 반반씩 부담하는 조건으로 시작했고요. 가격 경쟁이 계속되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부분은 마트 측에서 부담하고요.]
그런데 이 최저가, 언제 가격과 비교한 최저가란 얘기일까요.
같은 상품의 2년 전 모델입니다. 해당 제조사의 공식 온라인 대리점을 통해 지난해 장당 295원에 팔렸습니다. 지금보다 10원 낮은 가격입니다.
소셜커머스에선 242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과거보다 기능이 향상됐다고 하지만 26% 오른 가격이 최저가라고 보기는 어렵단 얘기가 나옵니다.
[오은정/기저귀 구매자 : (전 모델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디자인 차이 같아요. 장당 가격에만 치중하다 보니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 안 따져보게 되죠.]
기저귀를 뜯었을 때 나오는 하얀 가루, 1그램이 100배 이상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고 흡수성 수지, SAP입니다.
SAP의 원료가 되는 아크릴산과 기저귀에 사용되는 펄프 등의 국제 가격은 내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생산업체가 원가 공개를 하지 않는데다, 포장 단위도 상품마다 제각각이라 한눈에 가격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업체가 내거는 '최저가' 구호를 소비자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최저가 전쟁 여파로 진짜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에 밀리는 일반 대리점들입니다.
납품단가는 물론 장려금이나 견본품 수량에서까지 불이익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A씨/대리점 관계자 : 제일 문제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졌느냐 하는 거죠. 100명이 있는데 10명만 견본을 받아도 그 비용은 어차피 원가에 투입돼서 (가격으로) 산출되죠.]
이렇게 일부 온라인 전문 대리점만 견본 등 추가 혜택을 받다 보니, 같은 여성용품 18매가 16매보다 더 싸게 팔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전쟁이 길어지면 유통 질서가 어지러워질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결국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연승 교수/단국대 경영학부 : 이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그 가격이 고정돼서 제조업체들도 단가를 맞춰야 하고 그러면 제품 품질이 떨어지거나 다른 부분에서
마이너스가 될 수 있겠죠.]
나머지 대형마트들과 소셜커머스까지 가세하면서 최저가 전쟁은 게릴라전에서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그럴수록 소비자들은 내가 받는 할인이 단지 생색내기용에 그치는 건 아닌지, 잘 따져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