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11월 정부와 여당이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올해부터 대폭 낮춘다고 해서 호응을 얻었는데요. 꼼꼼한 경제에서 자영업자들을 만나 보니 모두가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흔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우리 자영업자의 현실, 이새누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7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을 낸 최연희 씨는 지금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연희/가맹점주 : 매출이 (개점 당시보다) 60% 떨어지다 보니 현재 (제가) 가져가는 건 하나도 없어요. 제가 나와서 무료봉사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건 임대료 기간이 있잖아요. 후회하죠. 많이 후회하죠.]
실제 수익을 따져 봤습니다.
한 빵집 브랜드의 가맹점 20곳을 무작위로 골라 지난해 10개월 치 통계를 내봤더니, 월평균 매출은 3900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중 재료비 등 본사로 빠져나가는 금액을 빼면 약 1500만원, 인건비 600만원과 전기료 86만원을 제외하면 814만원이 남습니다.
여기에다 임대료 250만원, 카드 수수료 64만 원 등 숨은 비용까지 다 빼고 나면 한달에 손에 쥐는 돈은 60만원이 채 안됩니다.
[최연희/가맹점주 : 세상에 이런 것도 (빠져나가나) 이런 건 카드 수수료도 포함돼 있죠.]
가맹점들은 카드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카드사에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요.
이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 여당은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중소 가맹점은 물론, 3억원에서 10억원 사이의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평균 0.3% 포인트의 수수료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슈퍼를 운영하는 심성훈 씨는 지난해 말 수수료가 오히려 오를 거란 통보를 받았습니다.
슈퍼 매출은 3억원을 조금 웃도는 상황.
[심성훈/슈퍼 운영 : 그냥 뭐 이것도 거짓말인가 했죠. 내려준다는 얘기만 들었기 때문에 그냥 내려주나 보다 그랬죠.]
일반가맹점들의 반발로 몇몇 카드사는 소폭 재조정했지만 상한선 2.5%에서 크게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소액 카드결제 비중이 높아지는 요즘 1000원짜리 컵라면을 카드로 결제하면 25원, 2천원짜리 과자 하나를 카드로 결제하면 50원이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겁니다.
적은 금액처럼 보이지만 1년 치를 합치면 700만원이 넘습니다.
[심성훈/슈퍼 운영 : 제가 1년에 700만원이란 돈을 저축을 못 해요. 1년 동안 장사해서 손에 쥐는 돈이 수수료로 나가는 돈만도 못 해요.]
매출액 자체는 상당히 높지만, 폐업이 속출하는 주유소 업계도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휘발윳값의 70% 정도가 세금인데도, 수수료는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매겨진다는 겁니다.
이 알뜰주유소는 1년에 약 6천만 원을 카드 수수료로 내고 있습니다.
[김동욱/알뜰주유소 운영 : 인건비를 절감하고 판매가를 낮춰서 매출을 늘리려고 했는데 카드 수수료 몇천만원은 인건비 몇 사람분에 해당돼 부담이 큽니다.]
수수료가 오른 일반가맹점은 10곳 중 2, 3곳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고 중소 자영업자가 카드사와 직접 협상할 수는 없고, 소비자를 상대로 카드를 받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소형 가맹점을 대변할 수 있는 기관을 두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재환 교수/중앙대학교 경영학부 : 가맹점의 협상력이 완전히 '을'이기 때문에 체제를 고쳐야 합니다. 미국이나 외국의 경우 중간에 가맹점과 접점을 가진 매입사가 들어갑니다.]
결제 즉시 돈이 빠져나가는 이 체크카드에도 많게는 1%대 후반의 수수료가 매겨져서 비상식적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
카드회사들이 수수료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원가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것, 논란의 핵심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