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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플러스]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다시 기승…52곳 적발

입력 2014-03-10 09:12 수정 2014-03-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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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00년대 중반, 이른바 '바다이야기'라고 하는 사행성 게임 열풍이 불었던 것 기억하실 텐데요, 이런 사행성 게임장이 10년이 지난 요즘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불법 게임장 52곳이 이번에 적발됐는데요.

홍상지 기자의 보도 보시고, 이야기 더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지난 4일 서울 면목동의 한 건물입니다.

경찰이 굳게 잠긴 문을 망치 등 공구를 이용해 뜯어냅니다.

안에서는 일명 '바다이야기'라 불리는 불법 사행성 게임기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단속 경찰관 : 자, 신분증 제시하세요.]

또 다른 게임장에서는 게임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손님들끼리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포인트카드 제도를 운영하다 적발됐습니다.

게임 포인트와 현금을 교환하는 행위는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경찰은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이같은 불법 게임장 52곳을 잡아냈습니다.

이번 단속은 게임장에서 수백만원을 탕진한 후 경찰에 '자살하겠다'며 신고한 한 남성의 전화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권대원/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팀 반장 : 피해는 전부 다 시민들이 보는 겁니다. 결국 장시간 게임을 하다보면 돈을 많이 잃습니다.]

경찰은 업주 등 6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게임기 2000여대를 압수했습니다.

+++

[앵커]

네, 이번 사건 취재한 홍상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 기자, 이번 단속이 한 남성의 자살 소동으로 시작됐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 19일 한 40대 남성이 "쌍문역 게임장에서 수백만원의 돈을 잃었다. 지금 죽으러 간다. 시신만 찾아 달라"며 경찰에 신고를 한 건데요.

다행히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서울 도봉산 인근에서 만취되어 돌아다니던 이 40대 남성을 발견해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했습니다.

이 남성은 하루 평균 2~3시간씩 석달간 게임장을 들락거렸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사례처럼 불법 사행성 게임의 피해자가 더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게 된 겁니다.

지난 4일 경찰이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4시간동안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는데요, 이 4시간 만에 무려 52곳을 단속했다고 합니다.

[앵커]

무사히 가족에게 보내졌다니 일단 다행이네요. 유흥가에 보면 이런 게임장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다 불법인 건가요?

[기자]

꼭 그렇진 않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받은 게임으로 게임장을 여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지난 2006년 정치권 핵심인사들의 연루 의혹으로 화제가 됐던 '바다이야기' 기억하시나요?

'바다이야기'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은 대표적인 불법 게임입니다.

하지만 '바다이야기' 이후 비슷한 게임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이중에는 허가를 받은 게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경찰 단속의 핵심이 되는 건 게임을 통해 얻은 포인트를 손님들끼리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느냐입니다.

[앵커]

이 현금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거죠?

[기자]

예를 들어 게임장 업주가 제가 여기 들고 있는 카드처럼 포인트 카드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게임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1만 포인트가 적립된 카드 한 장이 손님들 사이에서는 8000원에 거래됩니다.

카드 말고도 전표나 쿠폰 등의 모양으로 이같은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1만 포인트면 보통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파는 사람은 현금이 생겨서 좋고, 사는 사람은 싼 값에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거래가 쉽게 이뤄집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 업주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업주가 '포인트 카드'를 만든 것 자체가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경찰 측의 설명 들어보시죠.

[권대원/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팀 반장 : 손님들이 그걸 돈으로 환산을 할 수 있잖아요. 한 마디로 유가증권 발행이 되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손님들은 환전을 하고 저것을 발행해서 업주는 손님들에게 사행성을 조장하게 됩니다.]

[앵커]

사실상 업주들이 손님들의 이런 거래 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군요. 그런데, 이런 불법 게임장들이 주택 밀집가까지 침범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저희 취재진이 경찰의 단속이 이뤄졌던 게임장들을 찾아가봤는데요.

게임장 사방에 주택들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좀 더 걸어가면 아파트 단지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요.

골목길 곳곳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는데, 이런 주택가 한복판에서 일부 어른들은 도박성 게임을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이들은 영업 당시 문을 걸어 잠그고 입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경찰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단속한 게 처음은 아닙니다.

단속이 이뤄지고 난 뒤, 더 교묘해지는 게 이들의 영업 수법입니다.

부산에서는 공장 밀집 지역의 창고를 빌려 게임장으로 운영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고요, 종업원이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군고구마 장수로 위장, 게임장 문 앞에서 망을 보는 일도 있었습니다.

게임장 건물 입구에서부터 CCTV를 설치해 경찰 단속이 들이닥치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수법을 사용한 게임장도 많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작 처음 소개했던 40대 남성 사례를 보면 돈을 딸 확률은 거의 없어보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게임 한 판으로 큰 돈을 벌어보겠다'는 사람의 심리가 가장 무서운 건데요.

경찰들도 게임을 하면서 운 좋게 한 두 번은 포인트를 딸 수도 있지만 이같은 게임의 대부분이 하면 할수록 돈을 잃게되는 구조라고 강조합니다.

또 불법 게임장을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5000만원까지 벌금을 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어느정도 성행을 하다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이런 불법 게임장 독버섯처럼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한탕주의'가 '폐가망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지름길이라는 점도 깨달아야 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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