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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플러스] 투서에도 '잠잠'…성추행에 떠는 여교사들

입력 2014-03-04 10:00 수정 2014-03-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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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천에서 학교 교장이 여교사들을 성추행했다는 투서에 대해 교육청의 조사가 이뤄졌는데, 단 1명만 감봉 처분을 받았습니다.

정진우 기자의 보도 먼저 보시고, 취재기자에게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인천의 한 고등학교 여교사가 교육청 부교육감 앞으로 보낸 글입니다.

교장이 노래방에서 껴안고 몸을 만지고 "밤무대 가도 되겠다"라고 말했다는 폭로입니다.

A4용지 2장 짜리 글에는 오래된 관행이라며 학교장에게 당한 성추행이 낱낱이 적혀 있습니다.

[동료 교사 :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런 (성적) 표현을 통해서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는 거죠. 교사를 여자란 이유로….]

또 다른 학교의 여교사 역시 2년 동안 이어진 교장의 성추행을 견디다 못해 시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노현경/인천시의원 :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면 자살을 생각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그렇다고 이걸 대놓고 이야기하면 '너도 뭔가 잘못이 있으니까 당했지'라고 이렇게 비하하는….]

노현경 의원은 2012년부터 접수된 500여 개의 투서들을 근거로 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받은 60개 학교에서 단 1명만 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처분을 받았습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 : 교장은 계속 구체적인 내용을 부인하고 있었고요. 저희가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학교가 정말로 성추행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앵커]

이번 사건 취재한 정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 할 교육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여교사에 대한 성추행 실태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제가 이 자리에 인천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쓴 투서를 갖고 나왔습니다. 지난달 26일에 올라온 투서입니다.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고 있는데 학교장이 갑자기 손을 잡고 엉덩이를 쓰다듬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여교사가 깜짝 놀라 쳐다보니 학교장은 태연히 술에 취해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에도 이런 식의 성추행이 반복됐지만, 정작 신고를 했을 경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 교장의 보복이 두려워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다른 여교사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는데요. 인천의 한 고등학교 여교사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동료 교사 : 들이댄다고 할까요. 여자 선생님들이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노래방이나 이런 곳에서 신체접촉을 한다거나 끌어안는다거나 이런 경우도 있고. 음담패설을 한다거나. 그냥 성희롱이죠.]

[앵커]

성추행을 당했을 경우 여교사들이 도움을 받을 곳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성추행을 당해도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게 현장 여교사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교장의 권한이 막강해 한 번 눈 밖에 나면 근무평가와 인사발령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이어서 관련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양정호/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기본적으로 교원에 대한 인사권한이 가장 크고요. 교사에 대한 근무평정이라는 게 있어요. 근무평정 관련해서도 교장이 일정 부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해도, 본인의 영향력을 많이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죠.]

[앵커]

교육청에서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실제로 노현경 인천시의원이 2012년에 500여 통의 투서를 바탕으로 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는데요, 교육청에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익명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의견을 모아, 60곳의 학교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 중 1명만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문제를 숨기는 데 급급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노 의원의 이야기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노현경/인천시의회 의원 : 수많은 투서가 왔고, 그것을 정리해서 전수조사를 시켰는데도 교육청이 그것을 다 솜방망이 처벌하고, 제도개선이나 이후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손을 놓고 있으니까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죠.]

[앵커]

교육청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교육청에서는 수사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투서가 익명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교육청에서도 해당 투서가 있는데 투서를 제기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투서의 반대편, 즉 가해자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현경 의원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인천시교육청과 해당 일선 학교들과 손을 잡고 함께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앵커]

현실적으로 여교사들이 실명으로 성추행 신고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다른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기자]

네, 노현경 의원도 어제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교사 성추행 문제에 대해 전국적 규모의 실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태 조사 이후, 여교사들에 대한 교장의 보복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새학기도 시작됐는데, 가장 모범이 돼야 할 학교에서 더 이상 교사들에 대한 성추행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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