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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플러스] '강남 인질극' 범인, 왜 범행 저질렀나?

입력 2014-03-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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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말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또 하나 있었죠. 서울 강남의 한 제과점에서 50대 남성이 3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었던 사람이었는데요, 다행히 인명 피해없이 인질극이 끝났습니다.

먼저 손광균 기자의 보도 보시고, 자세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기자]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남성이 경찰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경찰은 인질을 풀어주라고 설득합니다.

서울 압구정동 제과점에 57살 김 모 씨가 들어간 건 지난 1일 밤 9시 30분쯤이었습니다.

김 씨는 처음엔 119를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출동한 구급대가 치료를 하려고 다가서자 계산대 뒤에서 흉기를 2개 꺼내 들었습니다.

이어 제과점 손님인 48살 A씨를 인질로 잡았습니다.

[이건화/강남경찰서 형사과장 : 칼을 (피의자) 자신의 목에 들이대고 대치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가오면 본인에게 자해할 것처럼 행동한….]

김 씨는 경찰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인질을 무사히 놓아주었습니다.

[박미옥/강남경찰서 강력계장 : '당신의 고통을 충분히 들어주겠다'고 하자 (처음엔) 짧았던 답변이 (나중에) 길어지는 걸 보고 대화가 되겠다는 판단이….]

경찰에 붙잡힌 김 씨는 신경안정제를 4년 정도 복용했고, 지난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가 상상 속의 상황을 실제로 믿는 이른바 '피해 망상증'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입니다.

경찰은 오늘 김 씨에 대해 인질 감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

[앵커]

이번 사건 취재한 손광균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손 기자, 마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인질극이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는데요. 가장 궁금한 것이 도대체 김 씨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는 점인데요.

[기자]

맞습니다. 일단 경찰은 현재까지 피의자 김 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서 만큼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피해 망상증' 때문에 인질극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보셨는데요, 김 씨는 자신이 4년 정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렇게 말을 했고요. 게다가 지난해에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경찰서에서 진술했습니다.

김 씨는 인질극을 벌이던 당시 경찰에 돈이나 그밖의 다른 요구 사항을 전혀 내걸지 않았는데요.

대신에 "누군가 나를 뒤쫓고 있다", "누군가 나를 항상 감시하고 있다", "불안하다" 이런 말을 반복했습니다.

의학적으로 자신이 설정한 허구의 세계를 현실처럼 착각하는 증세를 '피해 망상증'이라고 하는데요, 경찰은 김 씨가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착각 속에서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이다 인질극을 벌인 게 아닌가, 이렇게 추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피해 망상증 때문이라면 왜 하필 압구정의 빵집에서 범행을 저지른 걸까요?

[기자]

네, 처음 인질극이 발생한 당시, 그러니까 피의자 김씨에 대해 많은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에는 혹시나 강남의 압구정이 갖는 상징성, 예를 들면 부촌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에 대한 증오심이 인질극으로 표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시적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 설명을 들어 보면 김 씨가 그 지역 일대에서 방황했기 때문에 압구정 제과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일 뿐 특별한 의미를 두고 범행 장소를 택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사건이 마무리돼서 다행인데요. 처음 인질극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상당히 긴박한 분위기였죠?

[기자]

네, 맞습니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들은 흉기를 들고 있던 김 씨가 인질을 붙잡고 있었다는 부분 때문에 특히 긴장을 했는데요.

인질극 당시 김 씨의 맞은 편에 앉아서 협상을 했던 강남경찰서 박미옥 강력계장은 피의자와 대화가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부터 협상이 진전될 수 있겠구나, 이렇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박미옥 경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시죠.

[박미옥/강남경찰서 강력계장 : 범인이 사용하는 단어가 주로 고통, 죽음, 미행 등이었기 때문에,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운지 이런 대화 방법으로 대화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긴장하고 협상에 임했던 경찰과 달리, 주변에 있었던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SNS에 소식을 올리는 등 다른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목격자의 말도 들어 보시죠.

[김영찬/서울 압구정동 :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경찰도 오고.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고 걱정하고 해야 하는데 그냥 SNS에 올리려고….]

[앵커]

인질로 잡혔던 여성은 풀려난 뒤 집으로 곧장 귀가했다면서요.

[기자]

네, 경찰 설명에 따르면 김 씨는 빵집 손님이던 40대 여성을 매장 구석 자리에 앉게 한 뒤, 자신은 그 옆에 앉았습니다.

공포에 질린 여성은 꼼짝없이 옆에서 3시간가량을 떨어야 했는데요. 다행히 김 씨가 흉기로 여성을 직접 위협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여성은 결국 다치지 않고 풀려났지만 목격자들에 따르면 인질로 잡혀 있던 도중 계속 눈물을 흘렸고, 나중에 풀려나서는 빵집을 나서다 자리에 주저 앉기도 했습니다.

3시간 동안의 끔찍한 악몽은 다행히 큰 인명 피해없이 그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앵커]

혹시나 이 인질에게 최악의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면서 이 뉴스를 봤었는데 다행히 아무 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손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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