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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so sorry…리퍼트 쾌유 기원과 '과공비례'

입력 2015-03-10 21:29 수정 2015-03-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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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과공비례"

오늘(10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입니다. 지나친 공손. 즉 과공은 오히려 예의에 어긋난다는 의미입니다.

8년 전인 지난 2007년 4월 저는 당시 주미대사였던 이태식 대사와 방송에서 잠시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사죄를 표한다. 슬픔을 나누고 자성하는 뜻에서 32일 동안 금식을 하자"

기억하시죠, 한국계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사건, 그때 얘기입니다.

한인회 주최 희생자 추모예배에 참석한 주미대사가 apology 그리고 humble… 이렇게 한국을 대표해 사죄를 표한 겁니다. 물론 기도회에서의 발언이었지만 논란은 상당기간 이어졌습니다.

조승희는 엄연한 미국인인 데다 당시 우리 정부도 '위로와 애도'는 했지만 '사죄'는 하지 않았던 것에 견주어볼 때 주미대사의 사과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왜 한국이 사과를 하느냐" 하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국적을 가진 조승희가 저지른 범죄를 왜 한국이 사과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겠지요.

8년 전의 논쟁을 다시 떠올린 이유. 오늘 퇴원한 리퍼트 주한 미 대사를 둘러싼 '과공' 논란 때문입니다.

미안한 마음이 지극해서였을까요? 요며칠 서울도심은 'I love America'라는 구호가 넘쳐났습니다.

리퍼트 대사 쾌유기원 촛불 문화제가 등장했고 부채춤과 난타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대통령의 제부가 직접 나서 단식과 석고대죄까지 하면서 so sorry… 너무나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2015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때아닌 진풍경을 외신들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AP통신, 뉴욕데일리, 폭스뉴스 등 외신이 앞다투어 이 장면을 소개했다지요.

특히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미국을 대등한 우방으로 두고 싶어하는 한국인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줍니다.

이 신문은 한국 내에 있는 여러 시민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서 숭배에 가까운 이런 과한 행동들이 되레 역풍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지지자들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당시 발언에 대해 부정확한 기억으로 청취자를 오도한 점 사과드린다. 다시 확인해보니 사과의 뜻을 포함한 표현을 했다"

8년 전 조승희 사건 당시 미국에 대리사과를 한 것이냐 아니냐로 논란을 낳았던 이태식 당시 주미대사가 제가 진행하던 라디오에서 논쟁 아닌 논쟁을 벌인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청취자들에게 보내왔던 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깨끗하게 정리했던 것이지요.

아마, 지금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벌어진 이른바 과공에 비하면 과거에 그가 했던 말은 그야말로 예의차리기 정도였을 테니까요.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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