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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반찬값 몇 푼?…세계 여성의 날과 '장미'

입력 2015-03-09 21:39 수정 2015-03-0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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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장미'. 오늘(9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입니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카트>는 우리 사회에 참 많은 질문을 던져줬습니다. 지금 보실 이 장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남매를 키우며 생활비를 버는 극중 선희 씨의 대사입니다.

"반찬값"

회사가 일하는 여성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그리고 "생활비", 여성노동자들이 왜 일을 하고 있는지를 한마디로 보여주는 단어들입니다.

통계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곤 하지요. 일하는 여성들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서울시의 작년 통계를 보면, 결혼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비율은 34.2%, 3명 중 1명꼴이었습니다. 또 여성 취업자 중 45.2%는 비정규직이었습니다.

다른 조사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여성의 비율은 16.9%.

남성의 두 배가 넘었고 남녀 간의 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업을 위해 직장이란 전쟁터에 뛰어든 여성이 반찬값, 즉 부업하러 나온 아줌마로 격하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1930년대 나치 독일은 남성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여성의 일자리를 줄이는 일종의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가정으로 돌아가라" 일자리에서 여성을 내몰았지요.

독일이 전통적으로 규정해온 '세가지의 K'(3K).

즉 Kinder (자녀:킨더) Kuche (부엌:퀴혜) Kirche (교회:키르혜)라는 여성의 역할이 재차 강조된 겁니다.

이러한 공식은 지금 시대에도 비슷하게 적용이 되는 것만 같습니다.

취업과 직장에서의 생존 자체가 힘들어진 무한경쟁 시대에서 여성이 반찬값, 즉 저임금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남성의 영역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중적인 잣대가 생활비를 벌러 나온 여성에게 '반찬값 몇 푼 쥐어주면 되지' 하는 잘못된 인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 지금쯤 뉴스룸을 보고 계신 남성분들 가운데는 조금씩 반감이 자라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듯 여성만 생각해 주는 사회가 되었느냐… 남자들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 아니냐…

그래서 사실 이번 <앵커브리핑>을 어찌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냉정하게 들여다본다면 아직 우리사회는 남성들의 그러한 반감에 대한 여성들의 반론이 더 크게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을 통계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제는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시작입니다.

그리고 191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로렌스 직물공장 여성들의 파업에는 이런 내용의 손팻말이 등장했습니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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