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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혼밥족·2인 1닭' 슬픈 신조어…'미안하지만'

입력 2015-03-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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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미안하지만…'

오늘(5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혼밥족'이란 신조어가 있습니다. 혼자서 15분도 안 되는 빠른 시간 동안 밥을 먹는다는 이 혼밥족은 주로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입니다.

독강족. 즉 혼자 강의를 듣는 대학생 역시 늘고 있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언제부턴가는 이런 말도 생겼습니다.

'2인 1닭'

치킨을 시켜도 혼자선 다 먹기 힘든 싱글족들이 치킨을 같이 시킬 사람을 모집한 뒤에 2인 1닭,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간다는 겁니다. 물론 같이 먹는 것은 아닙니다. 반반씩 나눈 뒤에 그냥 쿨하게 헤어진다는군요.

개인화, 파편화가 일상화된 요즘 젊은이들답다. 이렇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혼자가 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음은 사뭇 짠해집니다.

한 취업포탈 업체가 2030 세대에게 질문을 해봤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집마련 중 포기한 것이 있는가. 열 명 중 여섯명의 젊은이가 고개를 끄덕였고(57.6%), 이중 절반이 '결혼을 포기했다'고 답했답니다.(50.2%)

이들의 곤궁한 생활은 공식통계에서도 엿보입니다. 젊은층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20~30대 2인 이상 가구의 작년도 소득 증가율은 0.7%.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제자리 혹은 마이너스입니다. 청년실업률은 9%. 임시직, 일용직과 취준생. 그리고 구직을 단념한 이들을 포함시키면 체감실업률은 21.8%. 청년 다섯 중 한 명꼴이라지요.

이렇듯 젊은층은 여기저기서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하면 되는 걸까요?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기형도 시인의 한 구절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이 상처였던 시인은 '미안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 역시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안하다'는 말을 앞에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틀 뒤면 이 젊은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꼭 26주기가 됩니다. 살아있었다 해도 그는 자신의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다음 세대에게도 늘 미안해했을 것 같습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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