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김영란법 통과 '꾹돈'…이번엔 매듭짓나

입력 2015-03-03 21:27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시작은 앵커브리핑입니다.

"꾹돈"

말만 들어도 행동이 짐작되는 단어지요. 은밀한 목적을 위해 남몰래 '꾹' 찔러주는 돈. 뇌물을 뜻하는 우리말 정도가 될 겁니다.

오늘(3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바로 '꾹돈'입니다.

뇌물의 '음흉함'은 아주 오래전부터 조정의 골칫거리였나 봅니다.

"벼슬도 뇌물이 아니면 승진되지 않고 쟁송도 뇌물이 아니면 판결 나지 않으며, 죄인도 뇌물이 아니면 방면되지 않는다"

율곡 이이가 이렇게 탄식했을 정도였습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위로는 정승에서부터 아래로는 내시와 아전, 노비까지 뒷돈을 챙겨왔다는 이야기가 무려 3천 5백 건 넘게 발견됩니다.

뇌물 오가는 흐릿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였을까요? <조선은 뇌물천하였다="">라는 책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조정 관리가 뇌물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말하자면 김영란법의 조선시대 버전쯤이 될 텐데,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나왔더군요.

"나같이 늙은 자가 음식물을 받는 것이 무엇이 해롭겠는가"
"음식을 주고받는 것은 해로울 게 없는데 왜 하필 금하는가"

결국 조선시대 김영란법은 흐지부지됐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뇌물의 종류와 청탁의 성격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언젠가 유행했던 화문석이나 금송아지, 금거북은 어느새 촌스러운 뇌물이 되었고 유명 디자이너의 옷이나 골프채, 값비싼 양주가 유행하던 시절을 지나 최근에는 뇌물 역시 슬림화, 맞춤화되고 있다지요.

김영란법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모두가 포함됐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자존심 다친 이들 많았을 겁니다. 더구나 과잉입법. 즉 자칫 이 법을 잘못 휘두른다면 꾹돈을 빌미로 수사당국이 아무나 꾹꾹 찌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게다가 이것저것 빠져나가고, 언론인과 교직원들은 물타기용으로 집어넣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선출직 국회의원들은 공익을 이유로 빠져나가는 조항까지 만들었다는 얘기마저 들려옵니다.

제가 지난번 김영란법을 거론하며 언급했던 중앙일보의 이규연 논설위원 역시 걱정은 많습니다.

"김영란법은 힘 있는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출현했습니다. 그 적용 범위를 민간 직종까지 넓히면 검찰이 민간 영역을 옥죄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론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려는 마치 숲과 같이 무성하지만, 법의 순기능과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을 믿고 한 번 가보자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래야 꾹돈의 부끄러운 역사가 매듭지어질 것이란 의미입니다.

수없이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이라도, 걱정투성이 법이라도 가져보자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이규연 논설위원은 이런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김치찌개, 내 돈으로 먹어도 됩니다."

여기서 김치찌개란.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이완구 총리가 후보 시절에 김영란법을 막아주고 있다고 호언하면서 기자들에게 샀던 바로 그 김치찌개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여실히 드러난 인권위의 현실…'라쇼몽' [앵커브리핑] '팔조법금'…간통죄, 반만년 만에 일단락 [앵커브리핑] '2월25일'…두 돌 맞은 박근혜 정부 생일상 [앵커브리핑] 대통령 비서실장 '후설지직' (喉舌之職)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