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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대통령 비서실장 '후설지직' (喉舌之職)

입력 2015-02-24 21:44 수정 2015-02-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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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시작은 앵커브리핑입니다.

조선시대 궁으로 가봅니다.

조선시대 왕명을 출납하던 승정원. 즉 왕의 비서실 역할을 하던 곳입니다.

모두 6명의 승지가 있었고 그중 으뜸은 도승지였습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대통령 비서실장쯤 되겠죠.

왕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도승지의 위상이 어떠했는지는 거쳐간 인물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명재상 황희는 물론 유성룡, 이항복 등 당대 최고의 배경과 권세를 지닌 이들이 이 자리를 거쳐갔습니다.

조선 전기에 나온 책 <용재총화>에는 도승지가 책임지는 승정원을 후설지직. 즉 임금의 목구멍과 혀, 즉 입을 대신하는 곳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오늘(24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 '후설지직'입니다.

그러나 왕의 입을 대신한 도승지는 결코 왕의 입속의 혀처럼 굴지만은 않았습니다.

역사학자 이덕일에 따르면 당시에는 부당한 왕명을 승지가 다시 봉해 반납하는 '봉환'이라는 관행이 있었답니다. 임금에게 '안 된다'라고 말할 권리가 주어졌다는 겁니다.

또한 선조시대 승지 윤국형은 선조의 아들 임해군의 횡포를 직언했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좌천된 일까지 있었습니다.

오늘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미 출입증까지 반납했다고 하지요.

김기춘 실장은 재작년 8월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대통령 뜻을 밖에 전하고 바깥 이야기를 대통령께 전할 뿐…옛날말로 승지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자리매김한 것이었을까요? 평가는 세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제 청와대는 새로운 도승지, 아니 신임 비서실장을 찾고 있습니다. '후설지직'이라는 말.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임금의 목구멍과 혀. 즉 입을 대신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자리…왕의 명만 받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민심을 들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도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자리…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널리 물으시어 꼭 합당한 사람을 얻도록 하소서. 대신은 반드시 들어와 직접 아뢰게 하소서"

선조 7년, 승지 이이가 올렸던 만언봉사. 즉 상소문의 한 구절입니다.

불통이 아니라 소통으로 가는 열쇠. 하물며 지금은 왕정도 아니고, 국민이 만들어준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살펴야 하는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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