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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팔조법금'…간통죄, 반만년 만에 일단락

입력 2015-02-26 21:36 수정 2015-02-2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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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앵커브리핑 시작합니다.

'팔조법금'

오늘(26일)의 단어입니다.

후한시대 역사서인 <한서>에 따르면 고조선에는 여덟 조목의 법률. 팔조법금이 있었습니다. 여기 '간통죄'가 포함돼 있었다는 견해가 통설이라 하더군요.

기원전 1750년경 고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간통죄 규정이 있었다고 하니 알고 보면 '간통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그야말로 '반만년 정조법'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간통은 오래된 만큼 논란의 역사도 깊습니다. 1926년 10월 23일자 신문기사입니다.

"첩을 둔 남편을 혼내달라며 발악을 하여 법관을 웃기는 중"

간통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여성이 첩을 둔 남편도 함께 혼내달라 주장했는데 법관들이 웃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엔 간통죄가 부녀자만 처벌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져 왔으니 1954년 정비석이 쓴 소설 '자유부인'이 던진 파장은 한국 논쟁사에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금지와 위반, 자유와 처벌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지속되는 사이에 법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고 오늘 드디어 반만년 만에 일단락이 지어졌습니다.

법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973년에 나온 개정 경범죄 처벌법을 기억하시는지요. 미니스커트와 장발. 불경한 차림을 단속했던 이 법은 지금 눈으로 본다면 '시대착오'.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까지 존속했다고 하는군요.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장발장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가 고파 분식집에서 현금 2만원과 라면 10봉지를 훔친 사람이 징역 3년 6개월을 받았고, 남의 밭에서 배추 두 포기를 뽑아 도망가다 마을주민을 때렸던 사람은 강도상해죄로 3년 6월형을 받았다는군요.

가난한 농경사회였던 60년 전 제정된 형법이 한 번도 정비되지 않았던 까닭에서입니다.

"중공군 50만명에 해당하는 이적행위다"

1950년대 소설 자유부인의 신문연재를 비판하던 황산덕 당시 서울법대 교수의 말입니다.

심지어 '북괴의 사주를 받은 이적소설'이란 말까지 나왔고 작가 정비석은 치안국, 특무부대 등 고발과 투서가 들어간 곳마다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하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색깔론은 여전합니다.

이젠 간통죄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으니 이런 논쟁도 더 이상 필요없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멈춰서서 생각할 것은 있습니다. 이 법의 폐지는 과연 소설 제목처럼 모두를 자유롭게 하는 것인가.

벌써부터 주식시장에선 어떤 종목이 뛰어 올랐다는 둥, 주로 불륜을 소재로 했던 어떤 드라마는 막을 내릴 것이라는 둥. 우스개 소리가 들리는 지금, 간통죄의 폐지가 우리 사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구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를 마냥 자유롭게 해방시켜야 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겠지요.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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