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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⑤ 손흥민, 가나전 선발 나올까

입력 2014-06-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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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⑤ 손흥민, 가나전 선발 나올까


한국과 가나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릴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 들어서니, 그동안 한국 대표팀의 전지훈련에 도통 관심을 두지 않았던 외국기자 몇몇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동양인이라면 외모가 비슷비슷해 누가 누군지 구분을 못하는 그들로선, 한국 선수들이 다 비슷하게 보였나 봅니다. 옆에 있던 외국기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독일 레버쿠젠에서 뛰는 선수가 누구죠"라고 물어왔습니다. 노랗게 머리카락을 물들인 선수라고 가르쳐 주자, 그것도 모자라 직접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본 뒤, 피사체를 확대해 확인하는 철저함도 보였습니다. 그리곤 이름도 물어보며 재확인합니다.

"이 선수가 손~흥~민, 맞나요?"

이 외국기자가 바라보는 한국 축구, 브라질 월드컵에선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인물은 손흥민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이 대표팀을 은퇴하고, 선수 생활도 마침표를 찍으면서, 분데스리가의 '손세이셔널' 손흥민은 분명 한국 축구의 떠오르는 스타입니다. 누군가에게, 특히 외부세계에서 인정 받길 강하게 원하는 우리들의 '인정욕구'를 감안하면, 손흥민이란 이름이 벽안의 기자 입에서 술술 나오는 게 자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이처럼 밖에선 너나할 것 없이 손흥민을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여기지만, 지금 대표팀에는 조금 다른 기류가 흐릅니다. 마이애미 훈련 중반, 대표팀 막내 손흥민은 기자단의 인터뷰 요청을 손사래 치며 사양하다 결국 대표팀의 규칙이라는 이유로 마지못해 참여했는데, 이 질문 저 질문에도 한결같이 "보시다시피~ "라는 다소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왜 손흥민이 인터뷰에 불편해 하는지 나중에 알아보니, 왼쪽 측면 공격수 주전경쟁에서 다소 처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예민해졌다는 말이 전해졌습니다. (아직 어려서겠죠? 항상 주인공이길 원하는 막내 손흥민의 분노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고 손흥민은 전처럼 다시 밝아졌지만, 그 후에도 축구대표팀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의 주전이 누구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10일 열릴 가나전 선발이 누구인지를 보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어떤 선수가 왼쪽 날개로 중용될지 알 수 있겠지만, 유럽무대에서 잘 나가는 손흥민일지라도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 역시 똑같은 경쟁선상에 올려놓고 저울질 하고 있는 게 맞습니다. 손흥민의 경쟁상대는 지동원과 김보경, 모두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입니다.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이해할 만합니다. 손흥민이 과연 우리가 만나게 될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전을 상대로 적합한 오론쪽 날개 자원인지에 대한 물음이 홍명보 감독의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할 팀들이 하나같이 세계적인 강호여서, 최약체인 우리나라로선 대응법은 이미 모범답안처럼 나와서 정해져 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리기 위해, 무모한 맞불 대신 지혜롭게 이기는 전략을 선택한 것처럼, 홍명보 감독도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 수비력이 좋고 팀 플레이에 능한 선수를 놓고 싶어 합니다.

손흥민은 뛰어난 돌파력과 좋은 슈팅을 지녔지만, 수비력에선 다소 떨어지며, 역시 동료들과 연계한 플레이가 좀 부족하다는 게 홍 감독의 시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손흥민 보다는 수비력이 좋은 김보경, 동료와 호흡이 좋은 지동원이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언젠가 차두리가 우리 축구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골 결정력, 수비 불안 등 거시적인 문제가 아닌 선수 평가에 대한 문제를 얘기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유독 선수를 평가할 때 단점을 부각하고, 그것으로 그 선수의 전체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에선 장점을 더 부각하고, 그 것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에선 손흥민의 잠재력과 폭발력을 높이 사는데, 우리는 무시무시한 공격적인 능력보다는 그에게 좀 부족한 수비력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팀에선 손흥민을 경계할 선수로 꼽지만, 정작 우리는 손흥민의 단점만 크게 보는데 이래서야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손흥민은 이제 스물 두 살입니다. 아직 어립니다.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라는 월드컵 무대에 스물 두 살, 어린 나이에 출전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히 행운입니다. 아니 행운 정도가 아니라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이번이 아니어도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주축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도 내일만 기약하며 손흥민의 장점을 묻어둬서는 안됩니다.

선수 선발도, 또 기용도 감독의 고유한 권한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전은 다가오는 만큼 손흥민의 분명한 역할을 빨리 제시해주는 게 좋습니다. 가나전이 그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왼쪽 측면 선발 멤버가 아니라면 현재 대표팀에서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조커'로서 손흥민을 적응시키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가나 평가전, 손흥민은 어느 포지션에서, 또 어떻게 뛰게 될까요. 많이 궁금합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JTBC 스포츠문화부 오광춘 기자
사진=중앙일보 포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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