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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③ 대표팀 의무 관리 어디로 갔나

입력 2014-06-04 17:32 수정 2014-06-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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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③ 대표팀 의무 관리 어디로 갔나


한국시간으로 4일, 마이애미에서 훈련 중인 축구대표팀을 지켜보면서 많은 안쓰러움을 느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까지는 이제 9일, 그런데 축구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삐그덕대고 있었습니다. 23명의 태극전사 중 이날 훈련에 참가한 인원은 21명. 미드필드진의 축인 기성용과 골키퍼 이범영이 미열을 동반한 감기 증세로 훈련에 불참했습니다. 이미 발목 부상 중인 홍정호가 정상적인 훈련을 못하고 러닝만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한 훈련불참자는 걱정을 안겼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인 훈련만 소화한 뒤 이청용과 이용은 오한이 온다며 나머지 훈련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훈련 후 인터뷰에 나선 지동원은 자신도 으스스하게 떨린다며 빨리 인터뷰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김창수도 몸살기를 호소했다 하니, 이쯤 되면 축구대표팀 전체가 컨디션 난조에 빠진 형국입니다. 그렇다면 월드컵을 9일 남기고 이렇게 대표팀 컨디션이 망가진 이유는 뭘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근본은 태극전사들의 몸 관리를 아마추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해온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본래 축구대표팀에겐 마이애미에 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정'이었습니다. 물론 첫 경기 러시아전이 열리는 브라질 쿠이아바와 시차와 기후가 비슷한 마이애미를 선택했기에,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마이애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축구대표팀은 '피할 수 있는 부담'까지 떠안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축구대표팀은 마이애미로 넘어오기까지 2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그리고 11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28일 튀니지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로 패배를 떠안아 심리적 피로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마이애미 훈련 이틀째 하루 두 차례 훈련은 선수들을 녹초로 만들었습니다. 과부하가 걸리며 컨디션이 흐트러질 요인이 많았던 겁니다.

이런 가운데 축구대표팀은 마이애미로 출국하기 하루 전(지난달 29일) 브라질 풍토병에 대비해 황열병 예방주사까지 맞았습니다. 도미노식으로 찾아온 태극전사들의 감기 기운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해 면역력을 떨어뜨렸겠지만, 뒤늦게 맞은 황열병 예방 접종도 한 몫했다고 봅니다. 황열병 예방 주사를 맞으면서 의사에게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출국 열흘 전 병원을 찾아 황열병 주사를 맞았는데, 당시 담당의사는 두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일주일간 절대 술을 입에 대지 말 것, 그리고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황열병 예방 접종을 한 10명중 2~3명은 감기 몸살에 걸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었던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축구대표팀은 황열별 예방주사를 너무 늦게 맞았습니다. 브라질에 대비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됐지만 황열병에 대해 소홀히 생각하고 간과한 측면이 큽니다. 출국 하루 전 부랴부랴 황열병 주사를 맞고, 곧바로 장거리 이동에 따른 육체적 피로를 떠안은 태극전사들은 하나 둘 앓아눕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시적인 몸살이라 하지만, 월드컵이 코앞인 상황에서 훈련에 불참하는 건 분명 환영할 바는 아닙니다. H조 최약체인 우리나라가 한가로이 여유를 부릴 상황도 아닙니다. 주어진 시간동안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한번이라도 손발을 맞춰봐야 하는 시점에서 주요 선수에게 훈련 공백이 주어지는 건 전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급기야 홍명보팀은 5일을 휴식일로 정했습니다. 휴식일로 상정했던 게 원래 6일이었지만, 선수들이 감기 몸살이 늘면서 휴식을 하루 앞당겼습니다.

대표선수들의 몸상태에 대한 관리체계가 처음부터 잘못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의 의무시스템은 부상당한 선수들의 재활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지, 부상을 예방하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차원에선 접근이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황열병 예방 주사에 대한 뒤늦은 대처 역시 주치의, 나아가 의무팀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측면이 큽니다.

역대 월드컵 역사상 최대, 최고의 스태프를 대동한 브라질 월드컵. 그러나 아직 선수단 관리 면에선 가야할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번 월드컵을 교훈 삼아 다음 월드컵에선 이런 시행착오가 없길 기원합니다.

JTBC 스포츠부 오광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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