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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② 대표팀에 '로컬룰' 있다

입력 2014-06-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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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② 대표팀에 '로컬룰' 있다


축구대표팀의 마이애미 전지훈련이 시작되면서 훈련부터, 전체적인 팀 관리까지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선수들 표정부터 바뀌었는데, 너무 진지하고 비장해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훈련 강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마이애미 훈련의 방향에 대해 "파주 훈련은 마이애미 훈련을 위한 기본 단계였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루 두 차례 훈련은 이미 소화했고, 앞으로도 한번 더 이같은 '지옥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훈련의 질 역시 한 단계 높아졌는데, 수비조직을 가다듬고, 창의적인 공격 흐름을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이 매일 가동되고 있습니다. 월드컵에서 득점 비율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세트피스는 매일 훈련 말미에 진행되는데, 선수들은 다양한 패턴을 익히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 역시 월드컵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본래부터 대표팀 훈련을 직접 지휘했던 건 잘 알려져 있는데, 요즘은 훈련 중 그라운드를 누비는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습니다. 선수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에 홍명보 감독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겁니다. 초조와 긴장, 불안이 엄습해오면서 마음이 바빠진 감독은 훈련장에서 더 분주히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감독만이 아닙니다. 축구대표팀 내부의 보이지 않는 규율은 더 엄격해졌습니다. 언론과 인터뷰하는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표팀 '내무생활'이 다소 경직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2일 하루에 두 차례 고강도 훈련한 선수들에게 3일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 누구도 힘들다 말하지도, 내색하지도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훈련에 대한 불평없이 주어진 대로 다 수용한다는 분위기입니다. 힘들다는 말조차도 팀에 누가 될까봐 다들 조심하는 눈치입니다. 태극마크의 무거움, 그래서 불가피하게 떠안아야 할 고독감을 알기에 저마다 '원팀'이란 슬로건을 깨지 않으려는 모습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대표팀 관리 측면에선 '금지'라는 단어가 더 많아졌습니다. 먼저 먹을 거리부터 제한이 생겼습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에는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의 조리사 한 명이 동행 중입니다. 원활한 시차 및 환경 적응, 그리고 쌓인 여독을 풀기 위해 먹는 것부터 한국과 비슷하게 '조건화'하는 차원입니다. 찌개며 갈비며 좀처럼 외국에서 먹기 힘든 한식들이 매일, 매끼니 제공됩니다. 그렇다고 맛있는 모든 음식이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불문율처럼 대표팀내 식사로 제공되지 않는게 있습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날 것, 튀긴 것, 그리고 견과류 같은 경우는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모두 소화작용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배탈이 나거나 소화장애을 일으킬 경우 한껏 끌어올려야 하는 컨디션이 한순간 망가질 수 있어 미리 방지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호텔 안에서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에어컨을 켜지 않는 것도 오랜 대표팀 관리법 중 하나입니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이 이제 열흘도 남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지구촌 축구축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축구대표팀의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도 하나 둘 전운이 느껴집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JTBC 스포츠부 오광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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