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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① '최고'를 향해 출발합니다

입력 2014-06-04 17:18 수정 2014-06-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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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유브라질월드컵기 ① '최고'를 향해 출발합니다


JTBC 스포츠문화부 축구팀장 오광춘 기자입니다.

저는 브라질월드컵 기간과 이에 앞서 전지훈련 기간 동안 축구 국가대표팀을 동행취재합니다.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여러분과 공유하려 합니다. 조선말 최익현 선생의 '유한라산기'에서 빌려 '유(遊)브라질월드컵기(記)'라고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은. 뭐냐고요.

오늘은 축구대표팀 분위기를 좀 말하려고 하는데요. 대표팀 안에서 흐르는 어떤 기류, 혹은 기운이 아직 최고는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방송기자이다 보니 그대로 보여지는 것, 온전히 들리는 것을 증거삼아 기사를 만들곤 하는데, 분위기라는 것은 그 정체가 모호하고, 때론 오묘하고, 혹은 지나치게 주관적이어서 공식적인 기사의 틀에 담아내긴 힘듭니다. 그래도 날 것 그대로 다가오는 느낌이란 것을 그저 지나치기 힘들어 취재수첩을 꺼냈습니다.

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6월의 첫 날부터(미국시간으론 5월의 마지막날) 마이애미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통 튀는 생기는 훈련 이틀째까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일례로 대표팀의 '톰과 제리' 김신욱과 손흥민도 장난이 확 줄었습니다.

활기를 잃은 것, 2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그리고 11시간의 시차로 몸이 무거운 탓이겠죠. 또 월드컵 출정식으로 치러진 튀니전 패배 후 찾아온 무력감, 정신적 피로감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훈련 이틀째인 2일엔 하루 두 차례 훈련을 하면서 체력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지옥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터라 선수들 표정엔 일그러진 고통이 뒤따랐습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 겸 치러진 한일전에서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를 앞세워 승리한 뒤 유럽으로 떠났던 당시 분위기와 비교해달라고 했더니 "아직은 올라오지 않았죠"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하기 힘든 '슬로 스타트'는 확실해 보입니다.

참을 수 없는 침울함. 한편으론 이 과정이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일찍' 찾아온 게 다행입니다. 월드컵이 말 그대로 코앞인데, 벌써부터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며 걱정하는 분도 있겠지만 너무 늦은 것은 아닙니다. 6월의 시작과 함께 브라질 월드컵 개막까지는 이제 11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18일 러시아와 첫 경기를 하니까, 한국축구의 월드컵은 16일이나 남은 셈입니다. 튀니지전에 실망했다면, 털어내고 다시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래서 마이애미 첫 훈련 분위기가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건 예방주사처럼 당장은 따끔한 아픔으로 다가오겠지만 대표팀내에 더 강한 항체를 만드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이 말해주듯, 홍명보팀의 축구세대들은 무서운 폭발력이 있습니다. 불가능이 가능하다는 것을 올림픽 동메달로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그 밝음에 비해 짙은 그늘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잘할 때 아주 잘 하지만, 못할 때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팀이라는 것입니다. 튀니지전은,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이를 쉽게 전환시키지 못하는 현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좋은 팀, 다시 말해 강팀은 경기별로 그 진폭이 크지 않습니다. 기복이 작다는 것이죠. 스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함 속에서 비범함이 있는 선수를 두고 우리는 스타라고 합니다.

한국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이후 10년 이상 그 달콤했던 신화에 취해 있었습니다. 이번 월드컵 엔트리 23명에는 2002 월드컵 선수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우연찮게도 2002 월드컵 주축 멤버들은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각 방송사 중계해설진으로 자리 이동했습니다. 이번엔 순전히 2002 월드컵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 주인공입니다. 나이대에 비해 경험은 많다고 하지만 아직은 어린 게 맞고, 성숙된 경험을 위해선 시행착오도 필요합니다. 지금의 혼란은 그 과정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도, 내일도 이번 대표팀을 원정 8강을 목표로 하는 멤버라고 말합니다. 허황된 '희망 고문'은 아닙니다. 그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마이애미의 담금질은 홍명보팀의 그 편차 큰 간극을 줄이는 과정이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JTBC 스포츠부 오광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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