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시 진도 팽목항입니다. 저희들은 그 동안 모두 8명의 아이들이 보내준 바다에서 온 편지를 전해드렸습니다. 4월 27일 고 박수현군의 첫 편지로부터 5월27일 고 김영은 양의 마지막 작별인사까지…많은 분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처음엔 이 편지들을 전해드린 것이 옳은 것인가를 놓고 많이 고민했습니다만, 침몰해가는 배 속에서 아이들이 동영상을 찍은 것은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길 바라는 뜻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부모님들의 뜻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24일) 끝으로 그 편지들을 다시 서랍 속에서 꺼내보겠습니다. 바다에서 보내 온 아이들의 편지입니다.
[기자]
세월호 사고 전날 선상에서 펼쳐진 화려했던 불꽃놀이, 이들의 '즐거웠던 환호'가 '기약없는 침묵'이 될 줄 몰랐습니다.
배가 기울어질 때도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서로의 모습을 휴대전화에 담았습니다.
"신난다~"
"야 나 진짜 죽는거 아냐? 야 이거 00 흔하지 않은 일 아냐?"
"야 구명 조끼 좀 꺼내와봐"
"아이 뭘 꺼내"
"야 혹시 모르니까 꺼내놔"
"아니야. 난 됐어. 난 됐어"
"물이 들어오긴 하나요"
"와 기울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수학여행 큰일 났다"
배는 점점 기울어 상황이 심상치 않자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기도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 귀를 의심케 하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선내에 계신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시고 잡을 수 있는 봉이나 물건을 잡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야 미쳤나봐"
"이런 상황에서 막 그러지 않냐? 안전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그러다 죽는거야"
"지하철도 그렇잖아, 안전하니까 좀만 있어달라고 했는데 진짜로 좀 있었는데 죽었다고. 나간 사람들은 살고"
"우리 진짜로 이만큼 기운거야, 진짜야 이건"
무심코 던진 대화는 정말로 이들의 마지막 '운명'이 돼버렸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과 마주한 학생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립니다.
"우리 반 아이들 잘 있겠죠? 선상에 있는 애들이 무척이나 걱정됩니다. 진심입니다. 부디 한 명도 빠짐 없이 안전하게 갔다올 수 있도록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이제는 보지 못할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온 편지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엄마, 엄마 미안해 아빠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