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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갑'의 다단계 먹이사슬 속 고통 받는 수납원들

입력 2014-11-12 22:20 수정 2014-11-1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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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복현 기자가 옆에 나와 있습니다. 실상을 봤더니 굉장히 놀랍군요.

[기자]

네, 그런데 리포트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은 문건을 추가로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

보시면서 설명을 드리면요. 강조사항이라면서 수납원들에게 공지된 문건입니다. 화장의 경우 생동감, 건강미 넘치는 풀 메이크업이 필수라고 하고요. 손톱 색깔도 투명, 살구색, 살색 외에는 금지한다는 항목도 보입니다.

이렇게 강조되면, 이 내용은 바로 세부적인 리스트가 돼서 이렇게 19가지 정도로 작성되는데요. 매일같이 본인이 체크를 하고, 본인이 체크했는지 관리자에게 확인을 받는다고 합니다.

[앵커]

용모 복장 관찰리스트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에 따라 본인이 체크하고 검사를 맡아야 된다는 얘기잖아요. 이걸 다 그대로 지킵니까? 그러니까 지켜야 하는 거죠?

[기자]

그렇죠. 매일같이 확인을 받고 있었습니다.

[앵커]

몰래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기자]

네, 몰래 동영상을 찍어 근무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 감시에 해당되는데요. 전문가들도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오영중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 근로자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해 부당하게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인격권 침해입니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되고요. 한편으로는 노사관계법상 부당 노동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런 일들이 계속돼 왔다는 건가요?

[기자]

사실 올해 용역업체가 바뀌었습니다.

업체에선 동영상 촬영과 인사상 불이익, 벌 근무 등이 모두 이전 업체가 했던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건데요.

그런데 JTBC가 직접 찾아가 봤더니 당시 평가를 했던 강사가 여전히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또, 이전 업체의 평가 방식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었고요.

특히 발주사인 서울고속도로가 여전히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업체에서도 아까 리포트에서 봤듯이 동영상을 촬영하겠다는 문건이 나왔기 때문에, 수납원들은 앞으로 또 언제 이런 부분들이 유지되고 강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고요. 그래서 올해 5월부터 노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평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거고요?

[기자]

업체는 항의가 거세자 올해 11월부터 항목을 5가지로 축소해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항목도 가지고 있는데요.

호감도, 적극성, 정중함, 재방문 의향, 용모 복장 이렇게 돼 있는데요. 여기에도 역시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은 포함돼 있습니다.

5개로 축소는 됐지만, 평가를 하는 강사조차 기존 20개 항목을 기준으로 채점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변화가 별 의미 없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업체도 다 관리하려면 피곤할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새로운 사실은 이런 평가를 용역업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주업체인 서울고속도로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중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네, 그렇죠. 수납원들은 용역업체가 하는 평가는 서울고속도로가 직접 하는 평가의 예행연습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두 업체의 평가 항목을 확보해 분석해봤더니 서울고속도로의 평가리스트가 20가지이고, 용역업체의 평가리스트가 22가지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두 손으로 돈 주고 영수증 받아야 한다, 화사한 화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 등 거의 유사합니다. 사실상 예행연습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글씨가 작아서 안 보이실 텐데, 저도 옆에서 잘 안 보입니다. 그 정도로 글씨가 작은데요. 무슨 얘기느냐 하면 그 정도로 항목이 많다는 얘기지요. 아까 대비한다고 했잖아요? 왜 대비를 하는 건가요?

[기자]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명확한데요.

서울고속도로라는 발주사는, 용역업체와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또 연장을 하는데요.

아무래도 운영실적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한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운영실적을 잘 받으려면 수납원 관리를 더 옭아매야 한다, 이런 주장들이 수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결국, 이렇게 되다 보니 발주업체인 서울고속도로와 용역업체의 갑을 관계, 또 용역업체와 수납원 사이의 갑을 관계에서 가장 아래 있는 수납원들만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저도 사실 이용자로서, 그곳에 계신 분들이 화사하게 화장을 안 하셔도 아무 상관 없고요. 한 손으로 거스름돈 주셔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좀 과잉되게 관리하시는 모양이군요. 아까 증언해주신 분들은 괜찮으실까요?

[기자]

네, 5월부터 노조활동을 하셔서 이런 문제점들을 외부로 많이 알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서복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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