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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 비공개 제안했다더니"…하루만에 들통난 국방부의 거짓말

입력 2014-10-17 07:33

민망해진 국방부 "북한, 회담 비공개 수락했다" 진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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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해진 국방부 "북한, 회담 비공개 수락했다" 진땀 해명

"북한 이 비공개 제안했다더니"…하루만에 들통난 국방부의 거짓말


지난 15일 남북 군사회담을 비공개로 하자고 남한이 먼저 제안했다고 북한이 폭로한 것에 대해 국방부가 사실상 시인했다. 당초 북한이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해 공개할 수 없었다며 양해를 구했던 국방부의 거짓 해명이 결국 하루 만에 들통 난 것이다.

국방부는 16일 '北,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공개 관련' 입장자료를 내어 "회담 공개문제와 관련해 당초 북측이 7일 통지문에서 서해상에서의 교전과 관련해 '긴급단독접촉'을 제의하면서 김영철이 특사로 나올 것이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의 판문점 접촉을 제안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우리 측은 당일 전통문을 보내 북방한계선 존중·준수 필요성과 함께 관련사항은 고위급접촉 또는 군사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후 북측이 8일 긴급접촉 제의를 다시금 제안함에 따라 15일 '비공개 군사당국자접촉'을 개최할 것을 제의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해서 회담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측도 14일 대표단 명단 통보 시 '비공개 접촉'임을 명시해 통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같은 언급은 당초 북한이 회담을 비공개로 하자고 해서 언론에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앞서 국방부는 북한이 먼저 비공개 회담을 제안해와 이를 수락한 것이라며 회담 당일 언론에 양해를 구했었다. 이날 주요 당국자들은 하루 종일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일부 보좌관들은 어설픈 연기를 해 가며 전화를 응대하느라 바빴다.

언론의 문의가 쇄도하자 결국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회담 사실을 시인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은 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 함정 간에 사격전이 발생한 것과 관련, 긴급 군사당국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했고, 우리 측이 동의해 남북이 비공개로 접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만인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측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높은 뜻을 받들어 마련된 것인 만큼 (회담을)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남측은 머뭇거리며 저들끼리 수군덕거리더니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해 나섰다"고 폭로했다.

이어 "오후 접촉이 시작되자 남측은 먼저 오늘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북남긴급접촉이 벌써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고 하면서 서해해상 총격전과 전단 살포 문제를 취급했다는 것을 보도하자고 했다. 이번 북남긴급접촉을 전부 공개하자고 한 우리의 요구에 불응해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했던 남측의 돌변한 태도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을 비공개로 하자는 의견을 남측이 먼저 제시하고도 북한에 뒤집어씌우자 발끈한 북한이 이를 사실대로 폭로한 것이다. 결국 입장이 민망해진 국방부는 엉뚱하게 북한도 비공개에 동의했다는 해명을 하며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대신 국방부는 화살을 다른 곳에 돌리려 애를 썼다.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난 회담에 대해 북한의 잘못을 부각하는 내용을 앞세웠다.

국방부는 입장자료에서 "오늘(16일) 북측은 '조선중앙통신 공개보도'를 통해 어제(10.15) 개최된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 관련 내용을 왜곡해 공개하고 더욱이 민간단체에 대한 조준사격 등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열린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우리 측은 서해상에서의 교전 원인은 北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월선해 생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존중·준수할 것과 북방한계선은 서해 유일한 해상경계선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측은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및 신뢰구축을 위해 군사 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 및 운용을 제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측의 주장은 자신들이 설정한 소위 '경비계선'을 우리 선박이 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NLL을 무실화하려는 의도"라며 "북한이 여전히 언론과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언급했다.

국방부는 "정부는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긴장완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남북이 합의한 대로 예정대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끝을 맺었다.

하지만 회담 개최 사실조차 숨기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자승자박하는 국방부의 행동이 계속 이어지는 한 바람대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순항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모처럼 찾아온 대화 분위기에 국방부가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라 남북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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