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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청문회 활성화법'으로 국정 마비될까?

입력 2016-05-23 21:53 수정 2016-05-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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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입니다. 지난주 19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법안 중 하나가 청문회 활성화법이죠. 오늘(23일) 정부와 여당에선 이 법에 대해 이런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이석준/국무조정실장 :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걱정됩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새누리당 (KBS라디오) : 청문회가 남발되면 세종시 공무원들이 종일 국회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정부가 일할 수 없겠죠.]

한마디로 행정부가 마비될 거라는 우려인 건데, 실제 그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왔죠?

[기자]

청문회 활성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직후 청와대에서도 "입법부 권한이 너무 비대해지고 행정부가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이 법은 즉각 개정돼야 한다", "여야가 합의도 하지 않은 것을 상정한 것,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앵커]

보통 국정감사 때 청문회 하면 공무원들이 밤새워 자료 만들고, 또 국회 의원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료를 요구한다고 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국회에 가서 또 몇 시간씩 대기하고 하면 행정부가 마비되는 것이 아니냐. '상시 청문회'라고 하니까 이런 상황이 정말 1년 365일 계속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과연 진실이냐는 것이죠.

[기자]

그런데 청문회라고 다 똑같은 청문회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을 부르는 입법청문회,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때 부르는 청문회, 그리고 상임위에서 중요한 안건의 심사를 위해 부르는 일반청문회, 이렇게 3가지가 있는데요, 이번 개정안에선 '현안조사'를 위해서도 일반청문회를 열 수 있게 추가한 겁니다.

그동안 저축은행 부실이나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 관련해서도 '중요한 안건'으로 폭넓게 해석해 일반청문회가 열린 바 있는데요, 그러니 "원래도 상임위에서 열 수 있던 일반청문회의 요건을 좀 더 구체화한 것 뿐이다, 과반이 요구해야 청문회가 열리는 건 예전과 마찬가지고 그래서 '상시 청문회'라는 말 자체도 맞지 않다" 업무 마비가 될 것이라는 건 엄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미국 같은 경우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툭 하면 청문회가 열립니다. 거기서도 청문회 때문에 정부 업무가 마비되겠다는 이걸 지켜보면 어떨까요?

[기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있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으나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미국의 의회 홈페이지 들어가봐도 내일 상하원에서 상임위별로 9건의 청문회가 열린다고 돼 있고, 하루 10건 이상 열릴 때도 많습니다.

청문회를 열 수 있는 의원 정족수, 조건이 하원이 2명, 상원이 1명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정부 관계자 1~2명 불러놓고 청문회를 여는 경우도 흔한 겁니다.

역사적으로 현안에 대해 청문회에서 직접 듣고 남겨야 한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어, 이 때문에 행정부가 청문회 때문에 마비된다는 등의 반응은 나오지 않는 겁니다.

[앵커]

청문회를 영어로 히어링(hearing)이라고 하죠. 말 그대로 듣는 것, 국민의 대표 기관이 계속 당사자들을 불러다가 의견을 듣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고 봐야겠군요.

[기자]

그래서 꼭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범죄자도 대상으로 삼는데요, 2013년엔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이 역외탈세 문제로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고, 또 최근에는 연비 조작이 들통났던 미 폭스바겐 CEO도 지난해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도 옥시나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진작 들어야 할 게 많았는데, 앞으로 청문회가 활성화되면 "지금은 회기가 아니다" "청문회 소집 사안이 아니다" 하는 핑계는 최소한 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앵커]

여야가 아직 합의가 안 된 법안을 정의화 의장이 너무 급하게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맞는 이야기입니까?

[기자]

여야가 이 부분에 대해서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사안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법은 2014년 10개 국회개혁 방안 중 하나로 제시돼 운영위원회가 8개월 동안 심사해 상임위를 통과한 겁니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위원장 대리였던 조해진 의원이 가결 선포할 때 물어봅니다. '이의가 없으십니까?'하니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이 없었습니다.

[앵커]

위원장도 여당 의원이었네요.

[기자]

그리고 또 이보다 앞서 2005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선 '재적의원 4분의 1만 요구하면 특정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자'는 더 급진적인 법안을 낸 적 있습니다.

그때 설명한 내용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청문회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는데 지금 청와대와 여당이 반대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그때와 현재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진 건지 먼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팩트체크였습니다. 김필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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