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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박승춘 보훈처장이 얘기한 '국민'이란…

입력 2016-05-19 23:01 수정 2016-05-2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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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무튼 국민이 굉장히 많이 등장을 했습니다. 어제(18일) 희생자 가족들의 저지로 5·18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박승춘 보훈처장의 모습인데, 기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끝까지 불허한 이유를 묻자 "국민의 의사가 중요해서" "국민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누차 국민을 강조했습니다. 박 처장이 얘기한 '국민'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 국민의 의사는 제대로 읽은 것인가… 오늘 팩트체크에서 제대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제대로 준비했습니까, 그래서?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우선 박 처장은 방식으로 국민의 의사를 파악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그간 이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발언이 나왔는데요. 그 바탕을 발언으로 해서 보면요.

박 처장이 주로 의견을 듣고 여론이라고 판단한 기준, 그 대상은 보훈단체들이라고 일단 볼 수 있겠습니다. 2013년 국회 법사위에서 있었던 장면 보시죠.

[박지원 의원/민주당 :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누가 반대합니까?]

[박승춘 처장/국가보훈처 : 우리 보훈단체가, 보훈단체가 반대합니다.]

[박지원 의원/민주당 : 5·18 단체는 보훈단체 아니에요?]

[박승훈 처장/국가보훈처 : 5·18 단체는 찬성하지만 5·18 외 모든 보훈단체가 반대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임을 위한 기념곡으로 제정한 것이나 제창한 것 모든 보훈 단체들이 반대한다고 또 어제도 강조를 했는데요. 또 이것부터 사실과 달랐습니다.

보훈처에 등록된 14개 보훈단체에 저희가 다 확인을 해 본 결과…

[앵커]

전수조사를 했습니까, 팩트체크에서?

[기자]

예. 1호 등록단체,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광복회에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데 이에 대해서는 입장을 확정하지 않고 보류"라고 응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이에 대한 현재 우리의 입장은 없다" 또 그리고 "대표로 답변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있었는데요.

나머지 상이군경회나 제향회 등 군 관련 단체들이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보시는 것처럼 박 처장이 얘기했던 대로 보훈단체 모두를 자기 주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앵커]

보훈단체 중에 전부는 아니지만 아무튼 상당수는 반대를 했다… 그건 그 반대의견은 '나는 그걸 거부할 수 없다' 이게 박 처장의 논리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을 수 있는 건데요.

하지만 여기서 또 중요한 건요, 보훈단체는 보훈처의 어떤 상위단체가 아니라 금전적인 지원을 받는 단체라는 점입니다.

박 처장은 어제도 "보훈처는 보훈단체 분들을 위한 기관이다. 그 단체분들이 반대하는 노래를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렇게 했는데요. 이것은 앞뒤 관계가 틀린 이야기입니다.

보훈처는 정부조직법에 의해서 설립돼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지, 보훈단체들의 어떤 회비로 운영되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 단체에 매년 200억에서 300억 원을 주는 입장인데요.

국가차원의 기념식을 치르면서 일부 단체의 의견을 국민의 의사라고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앵커]

하여간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짚어보게 만드는군요. 그러면 보훈처에서는 보훈단체 말고 실제 여론조사 같은 것을 직접 했다라든가… 계속 주장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요?

[기자]

직접 시행한 바는 없습니다. 다만 보훈처에서는 기념곡 지정에 대해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고 그동안 계속 얘기를 했는데요. 언론 매체에 나왔던 여론조사를 보고 한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한 조사는 이렇습니다. 찬성 37.9%, 반대 32.4%로 나온 조사도 있고요.

또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것은 찬성 55.2%, 반대 26.2%로 찬성이 2배 이상 나온 조사가 있습니다.

[앵커]

어제 저희들은 이것과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드린 바가 있는데 거기서도 찬성이 훨씬 더 많이 나오기는 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훈처는 근소한 차이가 났던 앞의 결과만 인용해서 갈등의 우려가 있다고 한 건데요.

그렇다면 어디까지 찬성이 나와야지, 몇 %까지 찬성이 나와야 갈등 없이 정책추진이 가능한 건지. 만장일치라도 나와야 하는 건지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 그리고 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테러방지법 같은 경우에 지금 보시는 것처럼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았는데도 정부가 밀어붙이지 않았습니까?

이런 거 보면 앞서 보훈처가 설명한 설명은 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앵커]

박 처장이 한 얘기 중에도 다른 얘기가 있는데, "이것이 유족의 행사가 아니라 정부의 행사다" 그 얘기도 논란이 됐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좀 더 자세히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기념곡 지정에 있어서 결국은 유족들 의사가 중요한 거 아니냐" 기자들이 물었더니, "이 기념식은 정부 기념식이지 당사자분들의 기념식이 아니다.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님이 참석하시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중요하다" 이렇게 답을 합니다.

역시 기본부터 살펴보면 1997년 5·18을 처음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때 민주화에 기여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다고 명시를 법에 했고요.

또 보훈처 홈페이지에서도 81년부터 96년까지 유족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기념행사를 정부가 계승한 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발언 자체에 모순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는 "기념식의 의미를 전혀 이해 못 한 발언이고, 형식으로 본질을 뒤집겠다는 거다" "형식적 관료주의에 빠져 있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이런 박 처장의 언행에 대해서 여당 내에서도 "통제가 안 된 사람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기는 합니다마는…. 그것으로 이번 상황을 전부 이해하기는 또 어려운 측면도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기자]

여당에서 나왔던, 또 국회에서 나왔던 어떤 이야기들 그간의 이야기들 간단히 설명드리면요.

2014년에는 예산이 깎였다고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서류를 집어 던지고 탁자를 내리쳐서 문제가 된 적이 있고요.

또 국정감사 때는 "서면보고를 하기 싫으니 구두로 하겠다"고 고집부리다가 회의를 중단시킨 적도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여야 합의로 국가 보훈처 소관법안 11건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박 처장이 나타나지 않아서, 소관기관장이 나타나지 않아서 무산이 된 적이 있습니다.

안 온 이유가 '저녁 식사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그토록 국민의 의사를 강조하면서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이런 태도를 보인 건데요.

더 늦기 전에 박 처장의 국민에 대한 개념,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입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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