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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철새 도래지서 들려오는 '탄성 vs 탄식'

입력 2015-11-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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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 철새가 몰려와 펼치는 장관에 한쪽에선 탄성이 쏟아지지만 다른 한쪽에선 탄식이 나옵니다. 한쪽에선 사람이 밀려난다 하고, 또 한쪽에선 배설물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합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철새 도래지를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가 평화롭게 저수지 위를 헤엄칩니다.

하늘을 힘차게 가로지르는 철새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방문객도 끊이지 않습니다.

이곳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주남 저수지입니다.

저수지 바로 앞에 보시면 물이 가득차 있는 논, 이른바 무논이 형성돼 있는데요.

저 안쪽에 보시면 큰고니가 먹이를 먹고 있는데요.

이처럼 무논을 조성해 놓으면 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거나, 잠자리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임희자 정책실장/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 거기에는 볍씨도 있을 수 있고, 치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먹이 활동에 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에서는 주남저수지 주변 일부를 매입해, 무논을 조성했습니다.

문제는 이 외 지역입니다.

주남저수지로부터 약 1.8km 떨어진 곳입니다.

바로 이곳에 새 산업단지를 건립하려는 계획을 최근 창원시가 반려했는데요.

재두루미 등 겨울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종욱 회장/대산면 이장협의회 : 무논 처리가 돼버리면 하우스라든지 이런 것을 전혀 못 하게 돼버리거든요. 그러면 우리는 생계 문제다, 이 말이죠.]

[김희동 부회장/대산면 이장협의회 : 철새보다 사람이 더 대우를 못 받아요, 이 지역 사는 사람은.]

이들은 시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시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

[창원시청 관계자 : 무논 조성도 보상이 따라야 하는 거니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검토 중에 있습니다.]

2009년에 낙동강환경유역청과 합의된 산업단지 주변 무논 조성은 이제까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창원시청 관계자 : 6년 전 이야기고 그 당시는 또 행정구역이 달랐죠. 마산, 창원, 진해 이렇게 해가지고 2010년에 통합이 됐거든요.]

철새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곳은 이곳만이 아닙니다.

울산의 태화강변입니다. 먼저 하늘 위를 보실까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떼까마귀가 하늘을 날고 있는데요. 저 멀리 전깃줄 위에 점처럼 보이는 것들도 모두 떼까마귀의 모습입니다.

현재 시각은 오후 5시쯤인데요. 낮 시간대 울산시내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까마귀들이 밤이 되면 강 건너 삼호대숲에서 잠을 잔다고 하는데요. 그 전에 이곳에 모여 잠시 쉬었다 간다고 합니다.

겨울이면 5만 마리의 떼까마귀가 이곳을 찾습니다.

[황인석 사무국장/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 : 태화강에 도래하는 떼까마귀들은 매년 10월 중순에 왔다가 4월 말에 다시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떼까마귀가 앉아 있었던 전깃줄 바로 아래입니다.

바닥에 보시면 이렇게 하얗게 떼까마귀의 배설물들이 떨어져 있는데요. 바닥뿐 아니라 차량에도 이처럼 배설물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습니다.

뒷차량에도 배설물이 마른 채 붙어있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도 이같은 상황은 반복됩니다.

[김중규/울산 삼호동 : 다른 동네 사람들은 다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생각할 때는 까마귀 때문에 큰일이에요.]

[최경숙/울산 삼호동 : 한창 올 적에는 지나가면 머리 위로도 막 떨어져요. 집 옥상에도 보면 지나가면서 배설물이 떨어지니깐 하얗게 쌓여있거든요.]

옥상마다 빨래 줄은 비어있고, 차 위에는 상자를 덮어놓았습니다.

마을 주민들로 이뤄진 시민단체는 매일 아침 배설물 제거 봉사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지자체에선 이들을 지원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울산시청 관계자 : 다른 건 없어요. 다른 걸 검토해봐도 주민들한테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법적인 근거 조항도 없고, 대책을 강구하는 부분이 힘들더라고요.]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귀한 손님인 철새. 이 철새와 주민이 공존할 방안을 논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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