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국비 투입됐는데…지자체 '이름 뿐인' 특화거리 난립

입력 2015-11-17 10:1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다문화 거리, 국수 거리, 러시아 거리. 무슨 무슨 이름을 붙여 그럴싸해 보이는 특화 거리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별도의 예산을 써서 만든 곳들인데요.

정말 특화된 거리일지, 안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보시겠습니다.

[기자]

이곳은 서울 문래동 예술촌 거리입니다.

70, 80년대 철공소가 모여 삭막했던 이 거리에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이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있는데요.

영등포구는 이 거리를 보다 특화시키기 위해 각종 문화 체험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벽면에 QR코드가 붙어있는데요.

휴대전화로 찍으면 문래동 문화 프로그램 안내 블로그로 연결됩니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거리에 지자체 노력까지 곁들여지면서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습니다.

[김정환/경기 고양시 : 인터넷으로도 보고, SNS에서 보면서 사진을 하는 사람들이 괜찮다고 추천을 많이 해줘서 오게 됐습니다.]

[박찬우/인천 계양구 : '정말 이런 것도 예술의 일종이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처럼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특화 거리는 많지 않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지난해 인천 중구청이 러시아 특화거리로 만들겠다고 밝힌 곳입니다.

그런데 골목 어느 쪽을 보더라도 러시아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요.

길 한복판에 특이한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러시아의 궁전을 본 떠 만든 건물이라고 하는데요. 가까이서 보니 러시아 전통 인형도 보이고요. 철제 건물로 안쪽에는 평범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바닥과 조명 공사 등에 국비만 8억 원이 들어갔습니다.

[황주환/경기 용인시 : (여기가 러시아 특화거리라는 것을 아셨나요?) 아니요, 전혀 몰랐어요.]

바로 옆에는 유럽풍 거리를 표방한 '개항 각국길'이 있지만 이곳 역시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황현주/인천 남구 : 이거 건물 하나 가지고 유럽풍의 건물이라는 거예요?]

[민운기 간사/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 고유한 특수색을 잘 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은데, 지금은 국적 불명의 이미지를 자꾸 덧씌워서 돈만 된다면 성공으로 표현하는 그런 장소가 아닐까.]

특화 거리라고 하기 민망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거리는 노원구가 지난 2012년 지정한 공릉동 국수거리입니다.

노원 음식 특화거리임을 알리는 간판과 함께 이 거리의 간략한 역사도 적혀있는데요.

정작 거리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한산한 모습입니다.

국숫집도 오른쪽에 한 군데 보이는데요.

실제 거리는 어떤지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1.5Km 가까운 거리 양쪽에 국숫집은 10개가량. 그나마 주말에 문을 닫은 곳이 많습니다.

[윤세경/서울 공릉동 : 국수 거리라고 해서 뭐 특별한 게 있어야 하는데 내세울 만한 게 없어요. 민망할 정도예요.]

[정혜주/상인 : 특화거리라고 해서 오면은 실망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국숫집도 많지도 않고요.]

찾는 것조차 힘든 곳도 있습니다.

종로구의 평범해 보이는 이 거리는 다문화 거리입니다.

종로구는 5년 전 이곳을 다문화 특화거리로 조성했는데요.

하지만 다국적 음식은 찾아보기 어렵고, 보시다시피 붕어빵이나 어묵 등 한국 음식만 팔고 있습니다.

13개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다문화 거리에는 춘천 닭꼬치, 부산 어묵을 팔고 있습니다.

[종로 다문화 거리 상인 : 세계 각국? 그래 봐야 다코야키 정도 (있고) 별로 특별한 건 없어요.]

그나마 아무런 표지판도 없어 이름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이재신/서울 가회동 : 아니요. (다문화 거리는) 처음 들어봤어요. 여기서 나 몇십 년 살았는데요.]

[남진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 그 지역이 갖고 있는 공간적, 역사적 사항들이 거리에 표출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이고,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저렴한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거리는 종로구의 특화 거리 중 하나인 녹지 거리입니다.

그런데 이 거리 녹지거리임을 아는 사람도, 어떤 표지판도 없는데요. 특화거리 사업의 현주소 아닐까요?

관련기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재탄생…기존 상인들 강력 반발 지하철 환승에 10분…'승객 편의' 도외시되는 이유는? 사라지는 백사장 '위태위태'…'땜질 복구작업'도 문제 포장마차에 점집에…불법 노점 판치는 아라뱃길 '몸살' 더럽고 잠겨있고…급할 때 찾는 '개방 화장실' 가보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