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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군 훈련 첫 날 주민들 "시끄러워 못살겠다"

입력 2015-11-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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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군 훈련 첫 날 주민들 "시끄러워 못살겠다"


"전투기 굉음, 더이상 못 버티겠습니다"

2일 오후 광주 광산구 공군 제1전투비행단 인근 송정동 모 아파트 김모(60)씨의 집.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한·미공군연합훈련에 참여한 전투기가 굉음을 내뿜으며 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위 상공을 빠르게 지나치고 있었다.

순간 김씨의 집 베란다에 놓인 서너개의 화분에 진동이 감지됐다.

거실 쇼파에 앉아 막내딸과 통화하던 김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목청을 올렸다.

전투기가 멀어지고 난 뒤 대화를 이어갔지만 3분도 되지 않아 "밤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이 곳에서 태어나 전투비행단 주변 주택과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다"며 "지난해부터 왼쪽 귀가 먹먹하고 울리는 현상이 있어 병원에 가봤더니 소음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년간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목소리도 커지고 다른 사람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부엌에서 '에어캡'을 들고 나온 김씨의 아내는 "닷새간 버티려면 에어캡이라도 창문에 붙여놔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변 상인들도 전투기 소음에 대한 고통을 호소했다.

비행단 일대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세탁소 주인 황모(55·여)씨는 "조카가 어렸을 때 전투기 소음에 경기를 일으킨 적도 있다"며 "노약자와 학생들이 소음에 더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새벽시간대 소음 피해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추진력이 강한 F-15 전투기가 자정부터 오전 8시 사이 10여회 이상 비행한다는 군의 방침 때문이다.

신촌동 모 아파트 주민 장모(45)씨는 "전투기 소음에 자다 깨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내가 이사를 가자는 통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법원이 소음피해 보상 규모를 줄여 판결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송정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노모(55·여)씨는 "군공항 일대에서만 11년째 살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3개동 중 1개동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소음 피해는 별반 다르지 않다. 실효성 있는 소음 피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투비행단과 직선으로 1㎞ 거리에 있는 경영고등학교 학생들도 학습권 침해를 호소했다.

3학년 김모(18·여)양은 "수능을 코앞에 두고 전투기 소음을 듣는 게 불편하다"며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자습 시간에도 공부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체육 수업은 체육관에서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수업 중간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잦아 지난 8월 건물 창문을 이중창으로 보수했다.

경영고 박상범 수석교사는 "수업 중간 3~4번은 멈췄다 진행하는 게 일상"이라며 "예산을 들여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꿨지만 전투기가 내뿜는 굉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광주 군공항 입구, 수완지구 번화가, 임방울대로 등 다중 밀집지역에서 훈련 반대 1인 시위를 6일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광산구는 동곡·송대동에 자체적으로 마련한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고 훈련 기간 동안 오전·오후·야간 최고 소음도를 측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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