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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플러스] 주먹·소송으로 얼룩진 '간장게장 골목'

입력 2014-03-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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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신사동에 가면 간장게장 식당들이 몰려있는 골목이 있죠? 이곳의 식당 사이에서 벌어졌었던 폭력사태가 기억이 나는데요, 여전히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식당 이름을 둘러싼 분쟁인데요. 먼저 백종훈 기자의 취재 내용 보시고,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저녁 7시가 넘자 서울 신사동의 한 골목은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호객을 하는 식당직원과 차를 대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른바 '간장게장 골목'으로 불리는 곳입니다.

[너무 (차) 들어가지 마세요. 차 못 나와요]

이 골목에서 가장 규모가 큰 P간장게장 식당. 간장게장과 아구찜을 30여 년 전부터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P식당과 10m 남짓 떨어진 D간장게장 식당은 소송을 벌여 왔습니다.

나중에 생긴 D간장게장식당이 P간장게장의 이름 중 '프로'란 부분을 똑같이 써서 소송을 당한 겁니다.

최근 1심에선 이름 도용 사실이 인정돼 D식당에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D식당은 항소했습니다.

2012년엔 P식당과 D식당 직원들이 주먹다짐을 벌여 양측 모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이곳 간장게장 식당과 다른 식당들은 이름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법적 분쟁 뿐만 아니라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이곳 업주들은 취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P식당 직원 : (2년 전에 있었잖아요? 승소했죠?) 예, 같은 건이잖아요. 굳이 이것 가지고 또 얘기할 필요 없다. (인터뷰 안 합니다.)]

식당 이름을 놓고 벌이는 다툼이 계속되면서 맛집 골목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앵커]

백 기자, 사실 떡볶이 골목이다, 닭갈비 골목이다, 이렇게 비슷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많은데 왜 유독 이곳 간장게장 식당 사람들은 심하게 다투는 겁니까?

[기자]

네, 이 P간장게장 식당이 성업을 해서 주위에 많은 식당들이 생겼고, 최근에 경쟁이 심화된 게 기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P식당은 현재 서울과 일본에 각각 2곳, 그리고 부산에 1곳 등 모두 5개의 영업점을 운영 중인데요.

바로 인근에 있는 D간장게장 식당은 3년 전 이름 중간에 '프로'라는 P식당 이름을 포함시켰습니다.

상호가 다르긴 하지만 이름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거죠.

[앵커]

단지 이름 분쟁인가요. 숨은 이유도 더 있나요?

[기자]

원래 P식당에서 일하던 사람이 독립해 나가 D식당을 차린 것인데요. 즉, D식당의 현재 사장이 P식당 직원 출신인 겁니다.

문제는 너무 코 앞에 10m 남짓 앞에 식당을 차린 데다, 이름까지 상당 부분 비슷하게 바꾸니까 P식당 측이 거세게 항의를 한 겁니다.

P식당과 인근 다른 식당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시죠.

[P간장게장 식당 직원 : D식당 저분 사장, 우리가게 홀에서 근무 하셨던 분이에요.오래전에. (지금은 '프로' 간판 다 뗐네요?) 그렇죠.]

[인근 다른 식당 직원 : (P식당) 종업원으로 있던 사람이 바로 앞에다 똑같은 이름으로 차린다는 게 도덕적으로 (논란될 수 있죠.)]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 동네 간장게장 맛은 어떤가요? 궁금해지네요.

[기자]

네, 이 간장게장 골목의 식당들은 비교적 비싼 값에 간장게장 요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맛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말씀드리긴 어렵긴 합니다.

가장 큰 업체인 P식당의 경우 암게 2마리와 국, 반찬으로 구성된 2인분 분량의 간장게장 메뉴를 5만 5천 원에 팔고 있는데요.

다른 가게들도 대개 가격대는 비슷합니다. 약간 낮은 곳도 있긴 합니다.

특히 간장게장과 아구찜을 중심으로 하는 판매전략과 메뉴가 매우 비슷한데요.

주변 식당들은 저마다 맛은 자신들이 '원조'격이라며 다투고 있었습니다.

다른 경쟁 간장게장 식당 직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주변 식당 직원 : 먼저 '프로'라는 이름 붙였다는 것 뿐이지. 그런 원조가 어딨어. (정통성 인정 안한다는 거죠?) 안하는 거죠. 우습다는 거죠. (그런 말) 우습다는 거죠. 여기도 20년 넘게 장사했는데. 따진다면 저희가 원조죠.]

[앵커]

폭력사태에 소송전까지 일어나는 걸 보면 경쟁이 심해지고 장사도 쉽지는 않은 모양이죠?

[기자]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곳 간장게장 골목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간장게장 집만 이때 10여 곳이 넘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간장게장 영업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고 하는데요, 주변 상인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인근 상인 : (간장게장은 일본인 상대하는 장사 아닌지?) 일본사람들도 잘 안와. 예전엔 엄청 많이 왔었죠. (일본인들이) 여행을 안와서 일자리가 없데요. 경기가 없어서. 옛날보다 못해요. 여긴 한 물 갔어요. 이제.]

[앵커]

간장게장 식당의 주 공략대상인 일본인들, 요즘 왜 줄어든 거죠?

[기자]

경제적인 여건이 작용한 것인데요, 작년부터 일본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에 와서 돈을 바꿔 쓸 때 불리해졌기 때문에 일본 관광객이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재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2% 급감했습니다.

4년 만에 최저 수준인데요, 간장게장 골목도 이 여파를 피하지 못한 것이고, 이러다 보니 식당 간의 경쟁도 심화된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이틀 동안 취재를 하면서 일본인 관광객을 그리 많이 볼 수 없었습니다.

[앵커]

엔저 여파의 직격탄을 간장게장 골목도 피해가지 못했네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지 않습니까, 장사가 잘 될 때는 덮어 줬던 게 장사가 잘 안되니까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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