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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남북에 "남김없이 용서하라" 굿바이 메시지

입력 2014-08-1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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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우리의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또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십니다."

프란치스코(78) 교황은 18일 오전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집접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에서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한반도에 던지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제 대화하고, 만나고, 차이점들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이 생겨나도록 기도하자"라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 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라고 청했다.

"우리의 형제들을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전적으로 근원적인 무언가를 하도록 우리에게 요구하시고, 또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도 우리에게 주십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에는 불가능하고 비실용적이며 심지어 때로는 거부감을 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분께서는 당신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을 통해 그것을 가능하게 하시고 또한 그것이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교황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집전하는 이 미사을 통해 마지막 정점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이 미사에서 하느님께 평화와 화해의 은총을 간구합니다. 이러한 기도는 한반도 안에서 하나의 특별한 공명(共鳴)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라는 것이다.

"재난과 분열로 흩어졌던 백성을 일치와 번영 속에 다시 모아들이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제시합니다"라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이것은 희망으로 가득 찬 하나의 약속"이라고 알렸다. 하느님의 이러한 약속은 한민족이 체험한 역사적 맥락에서 알아듣게 된다고 짚었다. "그것은 바로 지난 60년 이상 지속돼 온 분열과 갈등의 체험"이라면서도 "회심을 촉구하는 하느님의 긴박한 부르심은 한국에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도 하나의 도전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베드로가 예수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그가 대답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 21-22)를 인용하며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냅니다.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해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대통령님과 정부 당국자들과 교회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방문이 이뤄지도록 어떠한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신 모든 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라면서 "저는 특별히 복음에 봉사하기 위해, 또 믿음과 희망과 사랑 안에서 하느님의 백성을 건설하기 위해 날마다 일하고 있는 한국의 사제들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주님을 향한 여러분의 남김 없는 사랑의 모범, 여러분 직무에 대한 충실성과 헌신,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애덕 가득한 관심으로, 이 나라에서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방문이 끝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이 나라에, 그리고 특별한 방식으로 한국 교회에 베풀어 주신 많은 은혜에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고 인사했다. "그러한 은혜들 가운데에서, 특히 지난 며칠 동안 아시아 전역에서 그토록 많은 젊은 순례자들이 이곳으로 와서 우리와 함께 한 체험을 제 마음에 간직하고자 합니다. 그들이 보여 준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하느님 나라의 전파를 위한 열정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영감(靈感)이 됐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평화와 화해가 필요한 사람들과 이를 위해 애쓰는 1000여명(명동성당 입장)과 전국 16개 교구 성당 사무장 및 사무원 등 교회에서 종사하는 700여명의 직원들(성모동산 및 교구청신관 입장)이 초청됐다.

교황방한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초청한 이들은 중고등학생 50여명, 교회 내 가정대표 12명, 필리핀 및 중국 출신 다문화가정대표 8명 등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명, 새터민 5명, 납북자 가족 5명,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사업 추진회 관계자 5명, 장애인과 보호자 20명 등도 포함됐다. 또 밀양 주민, 강정마을 주민, 용산참사 피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 등에서 3명씩 12명의 이웃들도 초청받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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