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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 전 한은총재 "경제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안 늘어"

입력 2015-03-12 22:07 수정 2015-03-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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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려앉았다는 뉴스를 앞서 전해드렸습니다. 여러 가지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응을 하지 않자 한국은행이 결국 금리인하 카드를 또 꺼내 든 건데요. 그렇다면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경기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겠지요. 정부와 재계가 즉각 환영입장을 밝힌 것과는 달리 고개를 갸우뚱하는 전문가들이 꽤 많습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의 입장은 어떤지 화상으로 연결해서 잠깐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승 전 총재님, 오랜만입니다. 정부가 금통위의 금리인하에 대해서 선제적인 조치다, 환영한다, 이렇게 시기적으로 굉장히 만족감을 나타냈는데 우선 거기에 동의하십니까?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글쎄요, 일단 경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정부하고 한국은행이 있는 카드를 다 써보자, 아마 그런 취지로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나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환율도 좀 오를 수 있고 그래서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앵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중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그게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으려면 소비와 투자, 이게 내수 아닙니까? 이 내수가 살아나야 됩니다. 그런데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투자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고 소비도 지금 가계부채가 늘고 주거비 늘고 하면 소비늘기도 좀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가지 부담이 들 수도 있다, 이 점이 좀 걱정이 드는 대목입니다.]

[앵커]

예를 들면 가계 빚이 늘어난다거나 하는 그런 우려는 이미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 중에 왜 그렇다면 소비는 여전히 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보십니까?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우선 이자가 내려가면 가계 이자소득이 줄 거예요. 그다음에 가계부채가 늘 겁니다. 그다음 집값 오르고 전세, 월세 오르면 주거비가 올라가면 가계의 살림에 부담이 될 거 아닙니까?]

[앵커]

전세하고 월세가 오른다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말씀하십니까?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금리가 내려가면 집을 많이 살 것이고 또 금리가 내려가면 전셋값이 더 오를 거 아닙니까?]

[앵커]

금리가 내려갈 경우에… 일부 전문가들은 그렇게 얘기합니다. 그러니까 전세보다도 월세값이 오를 것이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월세로 많이 전환을 하게 되니까요.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전세는 더 오르죠.]

[앵커]

그건 왜 더 오른다고 보시는지요.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지금 예를 들어서 전셋값이 오르는 건 금리가 싸기 때문에 전셋값이 오르는 거거든요. 금리가 높다면 전셋값을 적게 받아도 소득이 있으니까 그런데. 따라서 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전셋값은 더 오를 겁니다. 그래서 그럴 일이 없도록 정부가 보완조치를 정부가 해 가야 할 거예요.]

[앵커]

알겠습니다. 전셋값이 오르고 월세가 오르고 또한 이자가 내려갈 경우에 소비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그리고 부채가 늘고 하면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봐요.]

[앵커]

단지 그것 때문에 지금 금리인하를 내린 것을 걱정하십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그렇죠. 그러니까 그거에다가 추가한다면 가계부채 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자산가격 오르면 주식가격 오르고 부동산 가격 오르면 우리는 아직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 거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그래서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속에서 거품이 커지는 것은 상당히 좀 조심해야 될 대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은행은 나름대로 지금 더 이상의 방법이 없고 또 정부에서도 금리를 내리라는 그런 압박을 알게 모르게 많이 하는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으로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러면 금리를 내린 것에 대해서 좀 뭐랄까요. 우려되는 부분만 말씀하기는 누구나 다 쉬운데. 그러면 다른 방법이 뭐가 있습니까, 이 상황 속에서?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제가 보는 것은 한국은행으로서는 불가피한 점이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금리나 돈을 풀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보고 있어요. 현재 우리의 문제는 성장문제가 아니라 분배문제다, 나는 이렇게 봅니다. 지금 우리는 정부에서 보는 게 올해 경제성장률이 3.8%, 물가 2%, 경상수지흑자 820억달러 이건 양호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상위권에 속해요. 그런데 문제는 어디 있느냐면 성장이 낮아서가 아니고 성장과 실이 가계로 전달이 되지 않아서 가계빈혈증이 생기고 그것 때문에 민생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나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경제는 성장해도 가계 소득은 안 늘고, 부채는 1000조나 되니까 원리금을 빼고 나면 가처분소득은 줄고 거기다가 전월세값 올라서 주거비는 늘고 이러면 민생고가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이 분배쪽에서 접근을 해야 되는데 현재 정부는 계속 성장쪽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지금 낙수효과정책을 쓰고 있다, 즉 대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앵커]

박 전 총재님 예를 들면 봉급을 올리도록 좀 유도한다든가라는 쪽으로 즉 다시 말해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부분으로 정부가 노력한 부분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분배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그렇습니다.]

[앵커]

그거 가지고는 안 된다는 말씀인가요?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 물론이죠. 그 방향은 옳습니다. 그것이 지금 내가 말하려고 하는 분수효과, 파운틴이펙트의 분수효과성장이에요. 지금 선진국은 다 그쪽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도 그렇고 OECD, ILO 다 분수효과쪽으로 돌아서고 있는데 그래서 지금 미국, 일본 다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정부가 노력하듯이 우리 정부도 하는 것은 옳다고 봐요. 그건 방향이 옳으나 그것으로는 안 된다.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이렇게 보는 거죠. 보다 더 적극적인 소득재분배정책을 써야 된다고 이렇게 보는 겁니다.]

[앵커]

그러나 아시는 것처럼 노동자 임금을 올리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고 경총에서도 1.6%만 올리라고 했다고 합니다마는 최저임금도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고 여러 가지로 좀 정부 입장에서 답답한 그런 상황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승 전 한은총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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