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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반쪽 5·18 35주기…검열 당한 시 '35행'

입력 2015-05-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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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열었습니다.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것은 잊지 않겠다는 의미. 잘못이 있다면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일 겁니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지난 13일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이 광주 금남로에 문을 열었습니다. 참혹했던 당시 기억들을 살펴보다 유독 한 장면에 시선이 모아집니다.

1980년 6월 2일자 전남매일신문 1면입니다. 계엄령으로 인해 낼 수 없었던 신문이 다시 발행되었던 첫날의 지면이기도 합니다.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제목의 작품 위로 수없이 그어진 빨간 줄이 보입니다.

당시 이 시는 계엄당국의 검열로 작품 전체 130행 중 단 35행만 지면에 실릴 수 있었다는군요. 제목조차 검열을 당해 반 이상이 잘려나갔습니다. 작품을 쓴 김준태 시인은 35년 전 그날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김준태 시인/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 새벽같이 전화가 왔어요, 아침 일찍. 신문에는 제대로 5.18 비극을 실을 수 없다. 그러니까 시를 한 편 앉히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 십자가여!'는 제가 쓴 게 아니라 광주에서 죽었던 사람들이, 저는 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지 '대필'했지 않느냐…. 130 행에서 35행인가 실렸어요. 나머지는 계엄사 검열관에 의해서 전부 삭제돼 버렸습니다. 잘려버렸습니다.]

35년 전 쓰인 시. '35행'

오늘(18일)의 단어입니다.

그러나 무력과 빨간 펜으로 진실을 가릴 수는 없었습니다. 신문의 활판제작 원본이 남아 있었고 누군가 이것을 몰래 복사해 거리에 배포한 겁니다. 결국 시 원문 전체가 외신을 타고 퍼져나갔고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요.

생각해보면 고작 35년 전의 이야기. 무더웠고 뜨거웠고 붉게 물들었던 광주의 5월이었습니다. 오늘 반쪽짜리 5.18 기념식이 진행되었다 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광주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시 한편, 노래 한곡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의미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35년 전. 검열로 인해 단 35줄의 작품을 신문에 내야 했던 시인은 35년이 지난 지금에도 함께 부를 수 없는 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준태 시인/전 5·18기념재단 이사장 : (임을 위한 행진곡) 이건 부끄러운 노래가 아닙니다. 이건 두려워할 노래가 아닙니다. 자랑스러운 노래거든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을 가진다면, 자신이 있다고 한다면 이런 노래는 다 부르게 만들어야지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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