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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동 놀이권 헌장…'한국 어른들의 잔혹동화'

입력 2015-05-13 21:26 수정 2015-05-1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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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열겠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논란이 됐던 이른바 '잔혹동시'를 다시 꺼내봤습니다. 일부 종교단체에선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더군요.

인터넷에서 일어났던 그 많은 비난은 시를 쓴 어린이와 그 가족들에겐 어찌 보면 잔혹동시보다 더 무시무시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됐든 지금 이 책은 이미 전량폐기되었습니다. 논란이 사그라드는 시점에서 뒤늦게 이 책을 집어든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동 놀이권 헌장'

오늘(13일) 정부가 제정하기로 했다는 헌장입니다. 얼핏 지금은 사문화돼버린 지 오래인 국민교육헌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도가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꼴찌라는 사실 이미 모두들 알고 계실 테지요. 그래서 정부가 아동행복도를 10년 내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헌장을 만들어서 될 일인가. 이러다 수학 경시대회에 내보내는 아이들처럼 '행복도' 역시 바짝 과외선생을 붙여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냉정하게 살펴보지요. 우리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시간과 공간은 주었던가요? 세월호 이후 그저 아이들이 집에만 돌아와도 눈물겹게 고맙다던 어른들은 어느새 당시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건 어른들도 어찌할 수 없는 경쟁사회이니 너무 어른들만 탓하진 말자, 그 말도 충분히 일리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한국사회의 어른들은 과연 아이들에게 잔혹하지 않은가. 하루 종일 폭력과 성을 아이들의 자그마한 머릿속에 구겨넣고 있는 한국의 어른들은 잔혹하지 않은가. 잠시 뒤에도 초등학교 바로 앞에 버젓이 자리잡은 유흥가의 모습도 보도해드릴 예정입니다.

이른바 잔혹 동시를 비난하는 기사가 넘쳐나던 그 언론사들의 홈페이지는 사실 그보다 더 엄청난 양의 낯 뜨거운 성적 광고가 넘쳐납니다.

한국의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동심'을 강요하고 윽박지를 자격이 있는 것인가. 중앙일보의 양성희 논설위원이 논란이 된 '잔혹동시'에 대해 당시 이런 내용의 칼럼을 썼더군요.

"처음엔 섬찟했고. 제정신인가 싶기도 했지만… 30년도 더 지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니 소녀의 마음이 궁금해졌다"는 겁니다. 자신 역시 어른들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소녀시절을 겪었다는 것이지요. 양성희 논설위원님,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겁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아동 놀이권 헌장', 그리고 OECD 평균수준의 어린이 행복도 달성. 이런 걸 무슨 무역 수출액 달성처럼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섭니다.

어찌 보면 한국사회를 들었다 놓았던 이른바 '잔혹동시'는 그런 어른들을 향한 외침은 아니었을까요?

놀이밥. 놀이 운동가 편해문 씨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과 같다는 것으로 놀이를 굶겨선 안 된다는 것이지요. 놀이밥도 주지 않은 채 동심만 강요하는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이 더 잔혹동화가 아닐지….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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