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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정청래 막말과 정치의 품격…'킹스맨 놀이'

입력 2015-05-12 21:30 수정 2015-05-12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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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킹스맨 놀이' 들어보셨는지요. 몇 달 전 개봉했던 영화 '킹스맨'에서 배우 콜린퍼스가 입었던 세련된 수트와 머리모양, 소품 등을 남성들이 놀이하듯 따라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고 합니다.

아, 물론 영국 사람들이라 해서 다 그렇게 이른바 수트발이 살고 매너가 좋으리란 법은 없지만, 흔히들 얘기하는 '영국 신사'가 아주 빈말은 아니라는 걸 영화는 보여줍니다. 게다가 이미 유명해진 교회 살상 신에서는 말끔한 정장과 대비되는 무차별 살상 신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일으키게 하지요.

상대방을 가차 없이 공격하면서도 품위는 잃지 말자. 영화 킹스맨이 보여준 매우 인상적인 부조화 속의 조화였습니다.

"공갈 친다"
"사퇴하겠다"
"가지마라"
"봄날은 간다~"

요 며칠간 많이 운위됐지요. 야당 대표 '최고위원'이라는 분들의 공식회의에서 나온 언행의 품격이었습니다. 국민 앞에 고스란히 중계되는 자리에서 막말이 오갔고 때아닌 노래 가락마저 등장했습니다.

물론 여당이라고 해서 야당보다 품위 있느냐. 절대 그렇진 않습니다.

오늘도 국회에서는 또 한 번 막말과 고성과 울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지난번 이른바 카타르시스 커뮤니케이션, 즉, 배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이 아닌 자신의 지지자들을 카타르시스 시켜주면 그만인 소통방법, 바로 그것이 우리 정치인들의 품격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것이 아닐까.

명예로운 OO의원께서는 '용어상 부정확함'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킹스맨의 고향인 영국 의회에서 윈스턴 처칠이 했던 말입니다. 그는 자신을 모욕한 상대방에게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 품위있게 응대했던 것이지요.

물론 우리 국회의원들도 말을 시작할 때마다 '존경하는 OO의원께서는'이라고 하죠. 정말로 존경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너무 자학적이 됩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품위 있는 토론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직접 그 토론의 사회를 본 적도 있습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만…"

2012년 지난 대선을 하루 앞둔 날 아침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위해 제가 진행하던 라디오에 출연했던 노 정치인들이 토론을 벌였을 때 가장 많이 나왔던 말입니다.

그러나 물론 토론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막말도 없었고 고성도 없었습니다. 막말이나 삿대질이 아니더라도 박수와 공감을 줄 수 있는, 그래서 상대든 자기편이든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아까 소개해드린 그 토론이 있었던 날 많은 분들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토론이었다고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킹스맨 놀이' 정장입고 상대를 품위 있게, 그러나 가차 없이 찌르기. 우리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놀이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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