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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스승의 날…봉투 쭉~ 찢어 준 '맛동산 6개'

입력 2015-05-1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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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열었습니다.

교사. 선생님. 스승. 스승까진 아니더라도 선생님 정도는 돼야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뭔가 살갑고 정이 갑니다.

공식 명칭은 교사이지만 너무 직업적이고, 정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방송에서도 교사라는 말은 쓰지 않으려 하는 편입니다.

중고등학생에게 희망직업을 물었더니 선생님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하긴 임용시험에도 이미 '고시'라는 단어가 붙은 지 오래됐지요.

그런데 이러한 통계는 다르게 보면 조금 서글프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일찍 끝나는데다 방학 때 쉴 수 있고 신분이 안정적이라서"

이 경우 스승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그냥 교사가 되고 마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학생들이 그토록 희망하는 직업. 교사가 된 선생님들은 어떨까?

선생님 5명 중 1명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답니다. 우리가 툭하면 인용하기 좋아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였습니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SNS 단어 10억건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니 지난 1년간 교사 관련 검색어 1위는 '임용'이었고, 2위는 '사건사고'였습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선생님이 존경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으니 지금 세상은 어느샌가 선생님과 스승은 사라지고 정말 말 그대로 직업인인 '교사'만 남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대길이가 맛동산 한 봉지를 가지고 와서 내 앞에서 봉투를 쭉~ 찢더니, 할머니가 선생님은 6개 주라고 했다면서 나에게 맛동산을 준다. 오늘은 행복했다"

전북 임실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김용택 시인의 산문 중 한 구절을 읽어드렸습니다.

'맛동산 6개'

달콤한 과자 몇 알에 행복해진 제자와 선생님. 시골 분교의 동화 같은 풍경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얼마 전 초등학생 학부모인 저희 제작진 한사람은 이런 단체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청렴한 학교를 위해 불법찬조금, 금품, 향응, 간식 제공 근절 협조 당부합니다"

김용택 시인이 행복해했다던 맛동산 여섯 개. 간식 제공이었습니다.

오늘(1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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