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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합의와 납득 가능한 사면을…'두부 한 모'

입력 2015-07-1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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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 2부는 앵커브리핑으로 시작합니다.

"큰 공을 세우고 개선하는 사람맞이하듯 그 동네의 인심은 들떠 있었다"

고 박완서 작가의 <두부>라는 제목의 산문 한 구절입니다.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특별 사면되어 돌아오던 날. 작가의 마음은 불편했다고 합니다.

"그를 좀 더 쓸쓸하고 외롭게 출옥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문기둥 뒤에 오롯이 모여 있던 가족과 이웃들이 그를 눈물로 반기며 두부를 먹일 수는 없었을까.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던 것은 한 모의 두부를 향해 고개 숙인 그였다"

두부 한입 베어 먹는 반성조차 없었던 당당했던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지켜본 박완서 선생의 마음이었습니다.

'두부 한 모'

오늘(15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음식평론가들이 말하는 두부의 세계는 깊고도 오묘합니다. 장작불, 온도, 거품 등에 따라 맛과 질감이 똑같은 두부는 단 하나도 없다고 하는군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교도소에서 나올 때 두부를 먹는 것도 같은 이치다. 평생 똑같은 두부는 두 번 다시 없으니… 평생의 딱 한번이 되라는 것"

감옥에서 나와 입에 넣는 두부는 죄의 대가만큼. 정직하게 옥고를 치른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반성의 의미라는 겁니다.

청와대가 특별사면을 언급한 뒤 논란은 며칠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사면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4월 28일 대국민담화

석 달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면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의 '합의'와 '납득'을 강조했습니다.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한다"-2012년 대선 당시

그보다 훨씬 전인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이 한 말은 좀 더 확고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약속이 그리 지켜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이미 이 정부는 상당 부분의 공약을 되돌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출연했던 대통령의 정무특보 김재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지요.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동원해달라는 것이 여당의 입장"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우리는 다시 한 번 무기력하게도 우리가 믿어왔던. 그러나 이제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면구스러운 교과서 속의 사회정의가 현실정치의 부박한 논리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참입니다.

그리고 합의를 이루지 못한, 그래서 시민이 납득하지 못한 사면을 박완서 선생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건 권력의 상층부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흥정의 혐의가 짙은 용서지 국민으로부터 얻어낸 용서는 아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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